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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윤성빈 같은 재능조차 방치했던 한국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종목에서 기념비적인 역주를 펼친 윤성빈 선수는 하마터면 선수가 되지 못할 뻔했다. 경남 남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윤 선수에겐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었다. 초등학교 학적부에 '운동 전 종목에 천부적 재능이 있다'고 기록됐을 정도다. 

당시 윤 선수는 축구를 좋아했다. 2002년에 박지성을 동경한 박지성 키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교엔 축구팀이 없었고, 결정적으로 운동을 시키기엔 여건이 풍족치 않았다. 어머니 입장에선 성인이 될 때까지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천부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생으로 지냈다. 

중학교 때 서울로 전학한 후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뒤늦게 체대를 목표로 정하고 체고에 원서를 넣었지만 실기에서 떨어졌다. 그 재능을 전혀 계발하지 못했던 것이다.

 

체고 진학에 실패한 윤 선수는 일반고에 진학했다. 여기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체육교사가 장차 서울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에 이사로 참여할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 교사를 통해 체대 입시반으로 들어가고, 3 때 스켈레톤 종목과 인연을 맺었다. 그 결과 오늘날 세계 최고의 스켈레톤 선수가 탄생했다. 

만약 윤성빈 선수가 고등학교 때 스켈레톤 관계자인 교사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체대에조차 못 갔을 가능성이 있고, 설사 체대에 갔더라도 전문적인 운동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는 못 됐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만약 윤성빈 선수가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뒷받침을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스켈레톤이 아닌 다른 종목에서 벌써 세계적인 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축구를 했다면 손흥민과 더불어 대표팀 원투펀치를 구성했을 수도 있다. 

이 사례를 보면 어렸을 때 재능을 발굴해서 키워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육성시스템과 지도자를 만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도, 아니면 최악의 경우 그저 체력 좋은 청년 백수로 클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2, 3의 윤성빈이 육성시스템을 만나지 못해 재능을 꽃 피우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인구가 그렇게 많은 나라도 아니다. 윤성빈 선수 정도의 엄청난 재능조차 성장과정에서 놓쳤다면, 우리가 너무나 많은 인재들을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작은 나라에서 말이다. 윤성빈 선수 사례는 우리나라가 아이들의 재능을 발굴하고 키워주는 시스템을 더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체육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해당되는 일이다.

 

여자 컬링도 다양한 재능을 키워주는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의성에 컬링전용경기장이 생겼기 때문에 의성지역 학생들이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하며 재능을 꽃 피울 수 있었다. 이들이 컬링 등록 선수만 200만 명에 달하는 캐나다 대표팀을 꺾었다. 컬링경기장이 의성에 없었다면 컬링 여자대표팀은 자신들이 컬링에 재능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컸을 터다.

 

모든 지역에 컬링경기장 같은 시설을 지을 순 없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지도자와 육성시스템, 그리고 재능의 씨앗을 발견하는 체계에 투자해서 아이들의 재능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내실화하는 것이 바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이 꽃 피면 그게 바로 우리 국가의 힘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