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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빙상연맹, 충격적인 파벌 의혹 논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 노선영 선수가 평창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소식에 큰 논란이 일었다. 다행히 러시아 선수들이 도핑 문제로 출전권을 박탈당하면서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 선수가 구제될 수 있게 됐지만, 이것으로 덮일 일이 아니다.  

빙상연맹 측의 태도가 너무나 이상했다. 일단 국제화 시대에 나름 세계적 반열에 있는 국가, 그것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의 빙상연맹이 동계올림픽 출전 관련 규정을 몰랐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팀추월 종목에 출전하려면 개인종목 참가권을 따야 하는데 그걸 몰랐다는 것이다.

 

더 이상한 건 일이 벌어지고 난 후의 태도다. 어처구니없이 몰라서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좌절시키는 일이 가능하다고 쳐도, 사과와 반성은 해야 한다. 선수에게 인생이 걸린 일 아닌가. 진심어린 사과와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이런 일의 재발이 없을 것이라 믿을 수 있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충분히 사과하면서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국제연맹 탓을 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면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선수의 인생을 좌우하는 실수를 하고도 충분히 사과를 하지 않는 태도에서, 평소 연맹이 선수를 귀하게 여기고 서비스하는 자세이기보단 권위주의적이고 고압적으로 선수를 대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 이상의 구조적인 문제다. 노선영 선수는 4년 전 동생인 노진규 선수가 아픈데도 금메달 유망주라서 연맹이 훈련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부분도 선수를 목적이 아닌 도구로 여기는 태도의 방증이다.

 

더 놀라운 것은 파벌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노선영 선수는 팀추월 대표팀이 최근 한 달 이상 합동 훈련을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선수만 따로 훈련했다고 했는데, 그러자 이것이 파벌 문제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얼마 전 쇼트트랙 간판스타인 심석희 선수를 코치가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 빙상연맹은 사건을 은폐하고 심지어 청와대에게까지 거짓말을 했다. 해당 코치는 영구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코치 한 명의 일회성 일탈일까? 대표팀 코치의 지도 방식을 주변과 윗선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사달이 나니까 코치만 자르는 것은 꼬리 자르기라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파벌 의혹이 나온다. 심석희 선수의 성적에 파벌 권력자가 비상한 관심을 가졌고, 거기에 압박감을 느낀 코치가 물리력까지 쓰며 성적을 끌어올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빙상연맹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훈련단 논란도 있었다. 올림픽 후에 국가대표 훈련단을 선발하는 데 나이 제한을 뒀다는 것이다. 이러면 한국 빙상계 간판스타인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 선수 등이 탈락한다. 본인이 은퇴하지도 않고 실력도 최정상인데 나이로 차별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서도 파벌 의혹이 제기됐다. 특정 파벌 젊은 선수들을 밀어주기 위해 선배들을 배제하는 꼼수를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빙상계를 뜨겁게 달군 세 가지 이슈에서 모두 파벌 관련 의혹이 나온 셈이어서 정말 놀랍다. 빙상계에선 이미 2006년부터 빙상연맹이 대국민 사과까지 할 정도로 파벌논란이 있었다. 그 후에도 파벌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고 안현수 선수가 한국을 버리는 사태까지 나타났다. 그 파벌 이야기가 2018년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둔 시점에 다시 나온 것이다

물론 의혹뿐이긴 하지만, 이런 의혹들이 보도되는 것 자체가 빙상연맹이 얼마나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가를 방증한다. , 빙상계 내부인들이 익명으로 빙상연맹을 파벌이 장악해 자체적 개선이 힘든 답답한 상황이며 빙상계 전반에 걸쳐 특정 파벌에 유리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식의 폭로를 하는데, 사실여부와 별개로 이런 주장이 내부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빙상계의 내분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단체가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선수들이 믿고 경기에 매진하며 국민이 홀가분하게 응원할 수 있을까? 2의 안현수 사태가 또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빙상연맹만의 일이 아니다. 폐쇄성, 불투명, 불공정, 권위주의, 끼리끼리주의 등은 우리 조직문화의 고질병이다. 이대로라면 논란과 국민의 실망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