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이 아쉬운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아이리스2>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들을 보다 보면 가끔 헛웃음이 나왔다. 뭔가 첩보원들의 긴박한 세계에 감정이입이 잘 안 되는 느낌이었다. 왜 진지해야 할 순간에 헛웃음이 나온 걸까? 왜 감정이입이 안 된 걸까?

 

<7급 공무원>에서 팀장의 딸은 자기 아버지가 국정원 직원이란 걸 모른다. 그저 평범한 소시민으로만 알고 있다. 힘없고 찌질한 아버지가 가족들을 잘 챙겨주지도 않자 딸은 엇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부하들에게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아버지가 국정원 요원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빠가 첩보원?’

 

딸은 매우 놀란다. 그러면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나고, 팀장의 집안에 화목이 찾아온다는 설정이었다. 시청하면서 도무지 이런 설정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말을 듣고 딸이 놀란 토끼눈으로 되물을 때, 내 머릿속에서 이런 대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아빠가 ... ... 밤마다 댓글 달아요?’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지난 선거 댓글 사건 이후로 국정원하면 구차한 댓글이 떠오른다. 느낌상 그렇다는 말이다. 어차피 사실관계는 잘 모른다. 댓글 달던 사람이 적발되고 그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보여준 모습도 정말 당당하지 못했었다. 그런 구차한 모습에서 멋지다는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다.

 

꼭 무슨 댓글부대 같은 느낌인데, 그것도 무서운 댓글부대 ‘무적의 댓글부대’가 아닌 코믹프로에나 나오는 허당 댓글부대 같은 느낌이다. 일이 적발되자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서, 가족의 도움을 받고, 와중에 오랜 시간 정리를 했는데도 깔끔하게 일처리를 못해서 나중에 다 들통난 허당 댓글부대 말이다.

 

이러니 웃음거리가 안 될 수 없다. 물론 실제로 국정원은 ‘무서운’ 곳이겠지만 어쨌든 이미지가 그렇게 형성됐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가 요원이라는 말을 듣고 존경심이 생겨난다는 설정에 공감이 되지 않았다. 반대로 그 말에 기존에 있던 존경심마저 사라진다는 설정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선 한국 정보기관의 진지한 설정이 공감 받을 수 없다. <7급 공무원>에서 국정원 요원들이 ‘조국을 위하여’라는 대사를 많이 했는데 영 겉도는 느낌이었다. 요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주 능숙하고도 진지하게 고난도의 일을 해치우는 장면도 여러 번 나왔는데, 그럴 때마다 허당 댓글부대가 떠올라서 몰입이 안 됐다.

 

<아이리스2>도 그렇다. 이 작품에서 우리 정보원들은 국제적 기관원들에 필적하는 최고 수준의 능력을 선보이며 비장하게 일을 했고, 특히 컴퓨터 앞에서 자유자재로 해커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허당 댓글부대가 떠올라서 헛웃음이 터졌다. ‘댓글 관리하나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해커?’

 

첩보기관은 오락 컨텐츠에서 마르지 않는 젖줄이다. 첩보기관이 바로 서야, 첩보기관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도 함께 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우엔, 지난 선거 댓글 사건이 너무나 강렬한 타격이었다. 첩보기관하면 허당 댓글부대가 연상되는데 무슨 드라마, 영화가 가능하겠나?

 

국가기관의 잘못된 운영이 국가에 대한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더 나아가 대중문화산업 한류 콘텐츠에마저 민폐를 끼친 형국이다. 전문용어를 쓰자면 ‘개망신’이라고나 할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현재의 잘못된 이미지를 개선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