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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강호동, 최양락에게 잘못하고 있다

 

‘호락형제’가 생각보다 폭발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물론 최양락이 한 마디씩 치는 것이 웃기긴 웃긴다. 하지만 최양락이 고정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 ‘고해’ 사건에서 터졌던 것 같은 포복절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강호동이다. 강호동이 최양락에게 너무 다소곳하다. 왕의 귀환이니 뭐니 해도 최양락은 결국 사람이다. 혼자서 웃긴 얘기만 계속 할 수는 없다. 옆에서 받쳐 줘야 한다.


강호동은 웃을 준비를 하고 최양락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이 최양락을 받쳐준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그것은 최양락에게 독이다.


웃기는 얘기할 때 절대 피해야 할 것이, 이건 정말 웃긴 얘기라고 사전에 기대를 갖게 하는 행위다. 이렇게 기대치가 커지면 웃길 것도 안 웃기게 된다. 강호동이 최양락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강호동은 최양락이 정말 웃기는 사람이라고 공언하며 최양락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상승시킨다. 그러면서 웃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표정으로 최양락에게 말을 시킨다. 이러면 보는 사람도 함께 기대하게 되고 최양락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기대치에 못 미치면 실망이 누적될 것이다.


말할 때마다 빵빵 터지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개그맨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언제나 실패하는 것은 매번 웃길 것을 기대받기 때문이다. 최양락이 지금 비슷한 상황에 빠져있다.


정형돈은 웃긴다는 기대를 아예 없애버림으로 해서 성공했다. 정형돈이 하는 말은 자연스러운 대화다. 시청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자연스러움 속에서 관계와 상황으로 웃기는 것이 오래 갈 수 있는 길이다.


강호동이 너무 최양락의 기대치를 높이니까 이젠 최양락이 말할 때마다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강호동이 최양락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은 형국이다. 이러면 오래 갈 수 없다.


최양락이 고정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 엄청나게 웃겼던 상황이 어떻게 나왔었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때 강호동은 최양락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그를 집요하게 몰아붙였다. 공격하는 강호동과 당황하며 반격하는 최양락이 만들어내는 상황이 폭소를 자아냈던 것이다.


최양락은 강호동이 자기를 괴롭힌다고 푸념한다. 그것이 관계다. 강호동의 체구와 목소리, 최양락의 소심한 자세와 목소리는 그런 관계 속에서 폭발적인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첫 회가 지난 후 강호동이 최양락을 괴롭히지 않고 있다. 그것이 문제다. 강호동이 다소곳한 방청객 모드로 돌아가자 폭발적인 웃음이 터지지 않는 것이다.


강호동이 최양락에게 할 것은 ‘갈구기’다. 강호동이 몰아붙일 때 최양락이 깐족깐족 대면서 피해가는 상황은 다양한 웃음을 유발할 것이다. 최양락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과거 <천생연분>에서 강호동은 신정환을 못살게 굴었었다. 그렇게 당하던 신정환이 강호동에게 반격하는 설정이 웃기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때 만약 강호동이 지금 최양락에게 하듯이 신정환의 우스운 말들을 다소곳이 경청했다면? 오늘의 강호동도, 오늘의 신정환도 없었다. 아마 신정환은 금방 하차했을 것이다.


최양락은 치면 치는 만큼 반응하는 사람이다. 강호동은 강하게 치는데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강호동은 사람을 치는 재능을 <무릎팍 도사>에서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왜 <야심만만2>에서 최양락에겐 마치 <박중훈쇼>의 박중훈처럼 구나? 이건 패착이다.


강호동이 치고 최양락이 반응할 때 폭발적인 화학작용이 가능해진다. 그 치는 강도가 강할수록 최양락의 반작용도 강해질 것이다. 강호동이 지금처럼 다소곳해지면 <야심만만2>는 최양락 토크박스가 된다. 이건 안 좋다. 관계와 상황으로 웃겨야 오래 간다.


최양락이 처음 고정으로 나왔을 때 ‘고해’의 장면을 보면서 강호동의 감각에 감탄했었다. 그 감각을 살리는 것이 ‘호락형제’가 사는 길이다. 강호동, 최양락을 괴롭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