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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순진한 신해철한테 수사착수라니

 

서울중앙지검이 결국 신해철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신해철은 북한 로켓 발사를 경축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일부 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었다.


워낙 황당한 일이어서 그냥 해프닝으로 지나치나 했더니, 진짜로 대한민국 검찰이 이만한 일로 수사에 나선다는 것이다. 고발 수준에서도 황당했었는데 수사착수는 정말 황당하다.


일국의 공권력이 이렇게 우습게 발동돼도 되는 것일까? 이쯤 되면 코미디다.


어딜 봐서 신해철이 좌파이며, 어딜 봐서 신해철이 북한을 고무 찬양하는 친북인사란 말인가? 좌파나 친북같은 단어하고 신해철은 아무 상관도 없다.


문제가 된 글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합당한 주권에 의거하여, 또한 적법한 국제 절차에 따라 로케트(굳이 icbm이라고 하진 않겠다)의 발사에 성공하였음을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한다’라고 했다.


곧이어 이렇게 말했다.


‘핵의 보유는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항하는 약소국의 가장 효율적이며 거의 유일한 방법임을 인지 할 때, 우리 배달민족이 4300년 만에 외세에 대항하는 자주적 태세를 갖추었음을 또한 기뻐하며, 대한민국의 핵주권에 따른 핵보유와 장거리 미사일의 보유를 염원한다.‘


이것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핑계로 한국의 군비증강, 그것도 핵군비 증강을 염원하는 지극히 우익적인 내용이다. 이게 어딜 봐서 친북이고 좌파인가? 한국에서 좌파들은 반전반핵을 외쳐 온지 이미 수십 년이다.


노컷뉴스 2009.04.08

신해철이 수사당하는 것은 마치 옛날에 순진한 시인이었던 천상병 시인이 반체제 인사로 몰려 고문당했던 것만큼이나 황당하다. 천상병 시인은 이념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글을 쓰던 인사였다. 그런 사람마저 잡아갈 만큼 당시 체제는 경직적이었다.


신해철도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다. 그는 얼마 전에 교육민영화를 바란다는, 마치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수석이라도 된 것 같은, 혹은 부시 측근 같은 발언을 당당하게 하기도 했었다. 사교육 광고 소동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냥 좌충우돌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자유’일 뿐이다. 국가가 자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자유. 그것이 때에 따라선 진보적인 주장이 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선 교육민영화처럼 황당한 주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저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라는 식의 자유는 좌파같은 복잡한 이념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극히 순진한, 아이 같은 수준의 생각이다. 이런 정도의 순진한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까지 공권력이 발동 되다니.


이제부턴 유치원생이 ‘우리 공평하게 나눠먹자’라고 하면 빨갱이 평등사상이라고 사상검증에 들어가야 하나? 공권력이 이렇게 나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신해철에 대한 수사가 이런 식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글에서 그는 북한 체제를 찬양한 것이 아니라, 같은 민족으로서 로켓 발사를 축하한다고만 했을 뿐이다. 같은 민족이라는 말도 못하나? 신해철은 북한같은 전체주의 통제체제에서 절대로 못 살 사람이다. 그는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니까. 신해철이 살기 좋을 나라는 미국이다.


그런 사람을 조사하는 것은 대한민국도 전체주의 통제체제처럼 변해간다는 걸 말해준다. 즉, 신해철 정도의 사람을 조사하는 행위 자체가 자유대한의 국체를 손상시키며 북한식 통제체제를 추종하는 행태라는 뜻이다. 아오지 탄광 정치수용소라도 만들 셈인가?


다른 나라 우익은 지나친 부국강병주의로 문제를 일으키는데, 한국의 우익은 외세에 딸랑이로 영합하며 신해철처럼 자국의 군비증강을 염원하는 진짜 우익을 탄압하니 우리나란 확실히 코미디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