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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그바보 알콩달콩모드로 3기시작

 

이번 주에 드디어 <그저 바라보다가>가 움직였다. 황정민과 김아중의 알콩달콩 모드가 본격적으로 그려진 것이다. <그저 바라보다가>는 무자극 청정 드라마로 일부의 찬사를 받아왔지만 대중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시청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졌었다.


막장 드라마라는 엄청나게 자극적인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것과 극명히 대비되면서 <그저 바라보다가>의 착함은 나름대로의 미덕을 보여줬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밋밋하고 평면적으로 시종일관 착하기만 한 것으론 활력이 생길 수 없었다.


여자주인공은 어둡고, 남자주인공은 바보같기만 하고, 진행은 처지고, 이랬던 것이 <그저 바라보다가>의 초반 모습이었다. 그러다 김아중이 갑자기 밝은 모습으로 변했던 것이 <그저 바라보다가>가 움직였던 첫 번째 기점이었다.


이것이 작품의 힘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김아중의 변신이 매우 뜬금없었기 때문이다. 황정민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여자주인공 혼자 자가발전해서 성격을 180도 바꿔버렸다.


이런 식의 전환은 설득력이 없었다. 그후 김아중이 황정민을 점점 좋아하게 되는 이유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



- 찬란한 유산의 경우 -


반면에 <찬란한 유산>에서 이승기가 한효주를 점점 좋아하게 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한효주가 지속적으로 이승기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저 바라보다가>에서 황정민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웃고만 있었다.


<찬란한 유산>에서 이승기의 성격이 변하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할머니와 한효주가 그 이유를 계속해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승기가 변하는 과정을 통해 드라마는 힘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승기가 자신의 마음을 최초로 깨달은 지난 일요일에 <찬란한 유산>은 시청률이 30%를 초과하여 주간시청률 1위에 등극할 수 있었다. 설득력 있는 변신은 파괴력이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김아중의 변신은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에 공허했다. 극이 힘을 받을 수 없었다. 황정민은 웃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안 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김아중의 변신이 발전하도록 추동하는 힘이 될 수 없었다.


- 드디어 3기 시작 -


지금까지의 <그저 바라보다가>를 3기로 나눈다면 이렇다.


1기 - 황정민 허허허, 김아중 죽상

2기 - 황정민 허허허, 김아중 밝음

3기 - 황정민 행동개시, 김아중 애정 -> 로맨스 시작


이번 주에 비로소 3기가 시작됐다. 1기에서 2기로 넘어갈 때는 설득력이 없었다. 김아중이 황정민을 좋아하는 이유가 설명이 안 됐으니까. 2기에서 3기로 넘어가는 건 대충 그럭저럭 큰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김아중이 이미 황정민을 좋아하고 있으므로.


2기에서 이 드라마는 김아중이 황정민을 좋아하고 있다고, 비록 설득력은 없지만 어쨌든 우격다짐식으로 시청자에게 그 설정을 세뇌시켰다. 이미 설정이 확정돼버렸기 때문에 3기에서 김아중이 황정민의 주위 여자 때문에 질투하는 것이 나름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다.


어차피 심심풀이로 보는 드라마에 몇 회씩 거슬러 올라가면서 구성적 완결성을 따질 사람은 없기 때문에, 김아중의 마음이 2기에서 3기로 발전하는 것이 그 순간만 자연스러워보이면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 활력있는 두 인물의 알콩달콩 -


김아중이 본격적으로 황정민한테 안달복달하게 되면서 극에는 훨씬 활기가 생겼다. 극 초반 죽상하던 마네킹 아가씨와 비교하면 천지개벽에 해당하는 캐릭터 변화다.


더 중요한 건 황정민의 변신이다. 허허허 바보 아저씨로 일관했던 황정민이 이번 주에 드디어 살과 피를 가진 인간이 되었다. 생각할 줄 알고, 자신의 의지가 있고, 분노할 줄 알고,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보 아저씨와 죽상 아가씨로 시작했던 극 초반에서 이제 비로소 활력 있는 인간들의 이야기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황정민은 자신의 감정을 인지했고 그것을 표현하며 상황의 전개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여태까지의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김아중도 자신의 마음을 깨달아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두 인물이 구현하는 알콩달콩 모드와 갈등. 밋밋하게 착하기만 했던 <그저 바라보다가>에 힘이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