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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무한도전을 딱지놀이로부터 지켜라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무한도전>을 콕 찍어 비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무한도전>이 시청률과 인기를 이용해 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단다. 그러면서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가볍게 넘어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왜냐하면 <무한도전>이 국민들의 생각을 오도·변질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란다. 예능 프로그램 때문에 국민의 생각이 변질되다니, 국민을 바보로 아는지 원.


마지막엔 빨간 글씨로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MBC의 버라이어티 프로를 통한 교묘한 술책에 절대로 빠져서는 안됩니다!’


이럴 땐 절로 유행어가 떠오른다. ‘그래 니들이 고생이 많다.’


하지만 중간에 있는 이 말은 상당히 음산하다. 소름이 돋는다고나 할까.


‘방송내용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도를 넘어섰다고 규정하는 말 속엔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내포되어 있다. 뉴라이트가 이렇게 나오면 무서울 수밖에 없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만화 내용)

- 우스운데 음산하다 -


평상시 같으면 가십 정도로 웃어넘길 일이다. 한국에서 정치적 증오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망언이 어디 한두 번 있는 일인가?


하지만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지금이 설마가 현실이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PD수첩> 수사라든가, 촛불집회 유모차 시민들 수사,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 심지어 관광객 폭행 등은 모두 설마설마 했던 일들인데 벌어지고 있다. 공권력이 점점 무서워진다.


그런 무서운 공권력을 부르는 소환주문이 바로 뉴라이트나 변절 논객같은 소총수들의 공세다. 이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공권력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시대다. 그러므로 뉴라이트가 <무한도전>을 콕 찍어 ‘도를 넘었다’라고 할 때는 음산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다.


분명히 황당하고 어이없고 우스운 일인데 우습지가 않은 것이다. 뉴라이트의 만화는 ‘예능 프로라 가볍게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뉴라이트의 ‘뻘짓’이라고 가볍게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만화 내용)

- <무한도전>에마저 딱지가 붙다니 -


일반적인 민주주의적 상황이라면 누구더러 좌익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다. 하지만 좌파사냥이 벌어지고 있는 공안적 사냥 국면 속에서 좌익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면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압박이 느껴지는 지금, <무한도전>에 ‘반정부’라는 딱지가 붙는 것은 심상치 않다.


현 정부 들어 방송-문화계에 좌파적출이라는 해괴한 단어가 등장했을 때 비웃고 말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좌파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람들이 하나하나 잘려나가거나 위협받는 광경을 우린 목도했다. <무한도전>에 반정부사상 적출 정신에 입각한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시청자가 아주 강력히 옹호하지 않으면 불안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약해보이면 한번 흔들어보고, 아주 튼튼해서 건드려봐야 손해만 볼 것 같으면 아예 건드릴 생각도 못 하게 되는 게 파워게임의 법칙이다. 시청자가 <무한도전>을 아주 강력하게 옹호해야 누구든 섣불리 건드릴 생각을 못할 것이다.


이 사태에서 진짜 무서운 건 이런 것이다. <무한도전> 정도의 웃고 즐기는 프로그램에조차 반정부세력이라는 딱지가 붙는다면, 과연 이 딱지 붙이기 놀이로부터 안전한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나? 당신? 누구든 이 황당한 딱지놀이에 당할 수 있다는 생각.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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