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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강심장 장나라 중국파문 예고된 일이었다

 

<강심장>에 장나라가 나와 영화제작비가 필요할 때마다 중국에 갔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 중국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은 한국 대중문화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사건이다.


설사 이번 <강심장>의 내용이 중국에서 아무 문제없이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이 발언은 우리의 관행을 총체적으로 반성하는 계기가 됐어야 했다. 나는 그동안 계속해서 중국과 동남아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한국 방송연예계의 행태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사안이다.


이미 시장을 동아시아 전체로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노골적으로 경시하는 우리의 행태가 결국 큰 사단을 일으킬 거라는 건 정한 이치였다. 재범이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 같고, 한국 활동이 단지 돈을 위한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그렇게 분노했던 한국인들이다.


사람은 다 같다. 중국인이나 동남아인들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한국의 국가차별에 대한 그들의 분노는 언제 터져도 터질 일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우리 방송계의 관행에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국인인 나까지 분노가 치밀어오를 지경이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선명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중국 특집을 마련했었다. 젊은 연예인들이 다수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프로그램엔 꽃미남 꽃미녀와 함께 주로 놀림감이 되며 망가지는 역할을 담당하는 코믹 캐릭터들이 항상 등장한다.


프로그램 오프닝을 하며 한 명씩 소개를 하는 순서였다. 그런 코믹 캐릭터에게 누군가 ‘현지인 같아요’라고 했다. 중국사람 같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얼굴을 구기고, 다른 출연자들은 모두 웃어댔다.


이런 장면이 버젓이 방송을 탔던 것이다. 그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지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그 프로그램에선 한류 스타들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모두들 그런 스타가 되고 싶어 했다. 다시 말해, 중국인 등을 상대로 연예활동을 하고 싶어 했다는 소리다. 그런 사람들이 중국에 가서 중국인을 무시하는 망언을 하고, 한류 좋아하는 한국 방송사가 그런 내용을 아무 생각 없이 방영했다는 얘기다. 무신경도 이런 무신경이 없다.


미국에서 흑인폭동이 났을 때 백인보다 한국인이 더 당했던 일이 있다. 한국인이 흑인동네에서 장사를 하며 흑인들을 존중하지 않아서 그들이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인이 정말 얄밉고, 재수 없었던 것이다.


공중파 토크쇼에서 좋게 말해 개성파, 즉 절대로 꽃미남과가 아닌 조연배우에게 동남아 사람 같다며 웃어대는 장면을 방영한 적도 있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분위기에서 이번 <강심장> 장나라 사건은 이미 예고됐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된 <강심장>을 보면 장나라는 중국을 마치 돈 필요할 때마다 가는 현급지급기처럼 말하고 있다. 중국인이 모욕감을 안 느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중국에서 장나라는 ‘천후’ 소리까지 들으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중국인 입장에선 자신들이 그렇게 사랑한 장나라의 미소가 가식이었다는 배신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장나라는 중국팬들을 사랑하고, 보고 싶어서 중국에 간다는 이미지를 유지했어야 했다.


한국 연예계에 광범위하게 만연하고 있는 ‘중국, 동남아 우습게 말하기‘ 관행이 유지되는 한 폭탄은 언제든 터질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를 알게 모르게 경시하다보니, 그들의 불쾌감에 둔감한 것이 한국인의 현 상태다. 지금까지 여러 글에서 수차례 강조했듯이, 우리끼리만 보는 한국방송이 아니다. 외국인도 자막까지 곁들여 한국 오락방송을 본다. 그들이 한국인들의 행태를 알아채고 분노하는 건 정말 시간문제다.


연예인들이야 중국 험담을 입에 달고 사는 여느 한국인과 크게 다를 바 없으니 무심코 실수할 수 있다고 해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건 방송사들이다. 한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기회만 되면 떠들면서 어떻게 그런 내용들을 방송할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다. 


얼마 전에 원더걸스가 <무릎팍도사>에 나와 ‘노바디’를 중국어로도 부르게 생겼다며 한숨을 쉰 것도 사실은 아슬아슬했었다. 물론 원더걸스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지만,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일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끼리 보는 한국방송이 아니다. 외국에 대해 말할 때 지금보다 훨씬 더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한국대중문화산업이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동아시아에 대해 언급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인종차별, 국가차별은 한국인의 고질병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한국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연예인들은 기본적으로 위험하다.(장나라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연예계문화가 있다는 말임. 이번 사건은 단순 실언으로 보임) 이런 상황에선 언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른다. 특히 요즘같은 리얼막말 예능시대는 더 위험하다. 업계 차원에서 항상 주의해야 하며, 방송사가 최종적으로 걸러내야 한다.


한데 <강심장>은 걸러내기는커녕 그걸 재밌는 얘기라고 자막까지 처리해가며 방송을 했으니 무신경도 이런 무신경이 없었다. 물론 그 이야기가 중국비하는 아니었지만, 중국인들이 불쾌할 내용이라는 건 너무나 분명했다.


근본적으로 우리들 모두가 문제다. 한국인에겐 한국 대중문화를 사랑해주고, 심지어 돈까지 주는 동아시아인들에 대한 고마움이 없다. 이런 한국인의 전반적인 정신상태가 바뀌지 않으면 사건은 언제든 또 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