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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강호동은 강호동고깃집과 상관이 없다?

 

간단하게 사고실험을 해보자. 나는 강호동의 팬이거나, 최소한 강호동이라는 연예인의 인간미에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어딘가에 가서 고깃집을 찾았다. 그곳엔 ‘듣보잡 갈비’가 있었고, 맞은편에 ‘강호동 갈비’가 있었다. 나는 어느 쪽의 문을 열게 될까?


당연히 ‘듣보잡 갈비’가 아닌 ‘강호동 갈비’가 될 것이다. 강호동의 팬이라면 그의 이름이 걸린 사업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곳에 갈 것이고, 설사 팬이 아니라고 해도 ‘강호동’이라는 유명인의 실명을 내걸고 하는 음식점이라면 기본적으로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으로 그곳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그 고깃집과 강호동이 사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강호동 이름 석 자를 보고 그 고깃집을 선택한 소비자는 우롱 당한 셈이 된다.


KBS <소비자고발>에서 사건이 터졌다. 횡성한우라고 고기를 속여 파는 고깃집들의 실태를 고발했는데, 그중에 강호동의 이름이 걸린 한우 프랜차이즈의 홍대점이 포함된 것이 문제가 됐다.


강호동이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가 관련된 이 사건은 당연히 인터넷 논란으로 번졌고, <소비자고발> 측은 자신들의 방송내용에 잘못이 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소비자고발> 측의 발표가 전적으로 맞는 말이라면, 이 프로그램의 잘못은 작은 수준이 아니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의 신뢰도를 심각한 수준으로 추락시킬 수도 있는 허위방송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사실이건 아니건 구설수에 오르는 것 자체만으로도 타격을 받는 존재다. 반면에 연예인 관련 이슈는 워낙 ‘섹시’하기 때문에 황색저널리즘은 연예인 관련 사건을 일단 터뜨리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 다음 문제가 되면 나중에 적당히 사과하고 뒤로 빠진다. 하지만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연예인의 인권이나 보도윤리 따위는 무시하고 상업성만을 좆는 보도태도인데, 만약 <소비자고발>이 이런 식으로 방송을 한 것이라면 상당한 질책을 들어 마땅한 일이다. 아닌 밤중에 피해를 당한 강호동을 동정하게 된다.


그것과 별개로 이 사건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것은, 강호동 측이 <소비자고발>에 방영된 업소가 강호동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해당 사업체의 두 지점에 투자를 했을 뿐, 홍대점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다.


여기서 다시 이 글의 모두에 있는 사고실험으로 돌아가 보자. ‘듣보잡 갈비’와 ‘강호동 갈비’ 사이에서 고민하던 소비자 입장에서, ‘강호동 갈비’라고 당당하게 상호를 붙이고 영업하는 업소가 연예인 강호동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강호동이 고깃집을 운영한다는 건 방송에서 수 차례나 알려졌었다. 거리를 지나치다 ‘강호동000’이라는 이름의 고깃집을 발견한 사람은 ‘아, 이 집이 강호동이 한다는 고깃집이구나’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믿어버리게 될 것이다. 상호에 강호동이라는 이름 석 자가 걸려 있는 한 이런 사태를 피할 수 없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인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연예인이 스타이기 때문이다. 스타는 대중이 동경하는 존재이고, 모두가 친근감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연예인의 스타성은 사업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순식간에 ‘공신력’으로 바뀌게 된다.


어떤 업체가 수십 년간 소비자에게 봉사하면서 쌓아올린 브랜드 가치를 유명 연예인 상호가 한 순간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연예인의 이름을 건 사업이 번창하면 그 연예인은 사업능력까지 겸비한 팔방미인으로 칭송 받게 된다.


그런데 그 업체에서 문제가 생기자, 연예인이 ‘이 업체는 내 이름만 빌렸을 뿐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며 뒤로 쏙 빠지면 소비자만 낭패를 볼 뿐이다. 잘 되면 연예인이 칭송 받고, 못 되면 소비자가 피해 본다? 이건 불공정하다. 누구 하나가 아니라 사업을 하려는 모든 스타 연예인에게 해당되는 문제다.



강호동이라는 이름 석 자는 결코 ‘아님 말고’할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삼성전자 제품을 산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삼성전자가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이름만 빌려준 제품도 많다. 하지만 일단 삼성전자 이름으로 팔린 제품에 대해선 삼성전자가 품질보증을 하고, AS를 책임진다. 이것이 공신력에 값하는 이름값이다.

 

물론 연예인이 대기업처럼 직접 품질관리를 하고 AS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함부로 나돌아 다니는 것에 대한 주의는 해야 한다. 강호동은 국민MC다. 강호동이라는 이름 석 자엔 국민의 사랑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책임도 있다고 봐야 한다.  

 

이름을 걸 정도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이름을 걸지 않았어야 했다. 그게 국민MC 강호동을 사랑하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일이다. 이건 <소비자고발>에서 언급된 업소가 잘못이 있는가 없는가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강호동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업소가 강호동 이름 석 자를 걸고 영업했다는, 즉 강호동의 이름이 ‘껌값’으로 굴러다녔다는 얘기가 되는데, 강호동에 대한 국민의 사랑이 그렇게 가벼운 것이란 말인가? 강호동의 주의가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