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MBC가 김명민·송승헌 공동수상으로 인한 민란의 불길에 휩싸여 있을 때 SBS는 찬사를 받았었다. 상업성을 기준으로 막장 통속 드라마에 상을 난사한 것은 SBS라고 다를 것이 없었지만, 대상에 문근영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 대상효과 하나로 시상식의 이미지를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대상은 중요하다. 그러므로 고현정 대상은 이번 MBC 연기대상을 구원하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최고 화제작의 두 주연을 제치고 조연에게 단독대상을 수여함으로서 2008년의 불명예를 씻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MBC의 선택은 나름 만족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있다. 바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점이다.


2009년에 MBC에는 저주받은 걸작이 두 편 있었다. <탐나는도다>와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다. 둘 다 작품성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 버려졌다. 그나마 <탐나는도다>의 경우는 비록 시청률은 낮았으나 열성적인 팬덤의 사랑을 받기라도 했다. 내 주위에도 이 드라마 전편의 DVD를 산 사람이 있다. 하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그런 일부의 뜨거운 사랑조차 받지 못하고 철저히 버려졌다.


그렇게 시장에선 참패했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2009년에 가장 잘 만든 드라마 중 하나라고 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아이리스>와 <친구, 우리들의 전설> 중에 어떤 게 더 잘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공들인 사전제작으로 ‘쪽대본 생방송’ 드라마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처음엔 영화 <친구>의 유사품인 것 같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그것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성격을 구축하기도 했다.


영화 <친구>가 남성 깡패들의 폭력, 우정 등 마초적인 분위기를 풍겼다면,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질곡 속에서 비극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상처를 부각시켰다. 영화가 터프했다면 드라마는 서정적이었다. 영화가 멋있게 보였다면 드라마는 아팠다. 긴장감과 몰입도도 대단했다. 단지 너무 ‘칙칙해서’ 인기를 못 끌었을 뿐이다.


이번 MBC 연기대상은 열성적인 팬덤을 형성한 <탐나는도다>엔 공동신인상을 안겼지만, 시청률과 팬덤 모든 면에서 참패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철저히 외면했다. 만약 이런 작품까지도 상업성에 상관없이 챙겼다면 2009 MBC 연기대상은 고현정 단독수상과 함께 길이길이 상찬 받았을 것이다. 그 점이 아쉽다.



- 현빈이 안타깝다 -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보여주는 아픔 그 한 가운데에 있었던 배우가 현빈이었다. 영화 <친구>에선 ‘멋진 보스’ 유오성이 중심이었지만,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그 보스의 그늘에 가렸던 악역 장동건의 역할을 부각시켰고, 그 배역을 맡은 것이 현빈이었던 것이다.


현빈은 트렌디 로맨틱 드라마에서 예쁜 미소를 통해 여성팬들에게 사랑 받았던 배우였지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마치 전설과도 같은 장동건의 역할을 맡는다고 했을 때 모두 반신반의했다. 현빈 주위에서도 그 배역에 반대했다고 한다.


드라마 초반 영화와 똑 같은 장면이 이어지며 현빈은 수렁에 빠졌다. 장동건과 사사건건 비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독자적인 성격을 구축하기 시작한 중반 이후 현빈은 빛나기 시작했다. 혹은 현빈이 빛나면서 드라마가 함께 빛나기 시작했다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현빈의 역할이 컸다.


영화와는 다른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아픔, 그것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바로 동수역의 현빈이었다. 현빈은 여성팬들을 매료시켰던 그 예쁜 미소를 완전히 버리고 아픔을 간직한 동수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처연하고 서글픈 현빈의 눈빛은 작품과 배우로서의 현빈 자신을 모두 구원했다. 가히 2009년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현빈을 연기대상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다. 이른바 시청률 지상주의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어차피 온갖 명목으로 상을 남발하는 분위기인데, 현빈의 연기도 인정해줬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시장에서도 시상식에서도 철저히 버림받은 현빈을 이렇게라도 위로한다.


부디 2010년엔 현빈처럼 불운한 배우, <친구, 우리들의 전설>처럼 불운한 작품이 나타나지 않기를.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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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른 작품을 본것이 많지 않아 이게 더 낫다 아니다를 논할 처지는 못되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정말 기억될만한 것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1-2부는 거의 영화와 같은 장면을 보여주였지만, 사실 사람들이 "얼마나 영화와 같은가"를 주시하고 있던 시점이었으니 오히려 이러한 시도가 오히려 좋은 방법이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이후로 영화와는 달리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마음 아프게 보여줬죠.

  2. 저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에서 현빈의 연기에 참 인상깊었던 터라
    상탈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ㅜㅜ
    잘 보고 갑니다.

  3. 그냥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연기였어요.
    친구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배우현빈을 알게됐고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잘하는 배우구나..
    잘 크고 있구나..라고 느끼고 팬이 되었다면
    위로가 될까요?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더 값진것을 얻지 않았을까요?
    더 단단해졌을 현빈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하재근님..우리 함께 응원해 봐요..^^
    2010년 행운이 있길..현빈 화이팅!

  4. 박영훈 2010.01.07 13:5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도 친구를 재미있게 본사람입니다만...

    아무리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 몇명 있다하더라도 .
    시청률이 그만큼 안나온거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10명중에 2명은 재미있다고 하겠지요.
    그 두명은 작품성,연기 다 좋다고 나한테는 최고의 드라마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8명이 아니라고하면 아닌겁니다.ㅎㅎ;;

    그게 비록 드라마의 질 자체가 아닌 마케팅의 실패일수도있겠지만..

    어느쪽이되었던 .. 친구는 실패한 드라마입니다.

  5. 저도 이 드라마 너무 재밌게 봤어요.
    여자 주인공도 맘에들고 아픔을 연기하는 현빈이 좋아진 드라마거든요^^
    시청률이 왜 낮았는지 아직도 이해 안되는 드라마에요..
    주제가도 너무 좋아서 벨소리로도 다운 받았었는데...ㅋㅋ

  6. 송아지 2010.01.18 06:5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현빈이란 배우와 마주치면 " 우리들의 전설 !친구"가 아련하게 떠올려 지네요.그냥 지나간 시간이라고만 생각 되었던 그 시절이 이드라마를 보면서 별 일 없이 무미 건조했던 나의 젊은 날도그 자쳬로 전설이 되어버리더군요.저처럼 쉰살에서 지난날들을 돌이켜 볼 틈도 없이 멈춰 버린 삶이 슬펐습니다.어느 잡지에서 촬영 할때의 글을 읽게되었는데 책임감과 신뢰가 느껴지더군요.아!이배우는 뭐든 해낼 수 있으리란...오래전"아일랜드"도 다시금 생각 케 하네요.현빈 김민준 화이팅!!

  7. 몇해전 드라마 눈의 여왕에서 부터 현빈을 참 괜찮은 연기자라고 생각했고 그이후 그사세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연기는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친구...이 드라마를 끝까지 다본건 아니지만
    현빈씨와 약에 쩔었던 김민준씨의 연기는 정말 기대 이상이더군요. 사투리를 잘 고치지못해서
    김민준씨의 연기는 경상도 사투리를 쓸때 더 빛났고...현빈씨는 나날이 크게 발전해가는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같아요, 처음엔 논스톱으로 시작했지만 조인성씨같이 정말 작품마다 빛나는 배우가 될것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