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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유인나, 고나은같은 눈물이 넘치는 대한민국

 

<지붕 뚫고 하이킥>의 유인나가 자신의 기사 밑에 달린 300여 개의 댓글을 보고, PC방에서 ‘꺼이꺼이’ 울었다고 한다. 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겨우 댓글 달린 정도에 꺼이꺼이 울었다는 말에 짠하기도 하고, 10년 고생 끝에 이만큼이라도 성공한 것에 보는 사람이 다 뿌듯해지기도 한 그런 소식이다.


유인나는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여배우 중 하나였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이끌어가는 여배우는 물론 황정음과 신세경이지만, 유인나도 작품의 성공에 나름 자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회가 거듭될수록 유인나의 존재감도 부각되며,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이렇게 무명에서, 혹은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어느 순간 솟아오르며 이미지를 반전시킨 사람들은 이목을 집중시키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취가 확인된 순간에(주로 시상식) 눈물을 보일 때가 많다. 시청자는 그런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기도 하고, 기분 좋은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 김소연과 이경실의 눈물 -


가장 최근에 그런 구도를 연출했던 사람이라면 김소연과 이경실을 들 수 있겠다. 김소연은 오랜 슬럼프를 겪었고 이미지도 차가운 쪽이었었는데, 최근에 급격히 부상하며 차가운 이미지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쪽으로 반전됐다. 


오랜 슬럼프에서 탈출한 그녀에겐 대중의 관심이 뜨겁게 집중됐다. 그녀는 시상식에서 최우수상도, 우수상도 아닌 겨우 인기상 정도에 눈물까지 맺히며 감격하는 모습을 보여 수많은 국민들을 매료시켰다.


이경실은 억센 이미지 때문에 그녀에 대한 반감이 많았고, 개인사 때문에도 예능인으로의 성공적인 복귀에 난항을 겪었었다. 하지만 2009년에 줌마테이너 열풍을 주도하며 화려하게 부상했고, 최우수상을 받는 순간에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려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린 감동과 위안을 얻게 되고, 모처럼 기회를 잡은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회를 얻게 되기를, 그래서 이렇게 따뜻한 광경을 또 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게 된다.



- 유인나와 고나은의 눈물 -


유인나가 아직 확실한 스타의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그녀의 비중도 극히 미미하다. 결정적으로 젊은 여배우가 뜨는 데에 가장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러브라인에서 그녀가 배제된 상태라는 것이 그녀의 입지를 제한하고 있다.


그렇게 스타가 된 것도 아니고, 앞으로의 입지가 보장된 것도 아니지만, 자기 기사에 댓글들이 달렸다는 이유만으로 꺼이꺼이 울었다는 유인나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연말 시상식 때 김소연에게 관심이 집중됐던 것과 같은 이치에서다.


본상은 못 받고 겨우 인기상 정도나 받은 채, 그나마 수상소감을 말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상태에서도 그렇게 감격하는 모습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랬던 것처럼 상도 못 받고, 스타가 된 것도 아니지만, 댓글에 꺼이꺼이 울 정도로 감격했다는 것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고나은도 최근 비슷한 성격의 눈물을 보였다. 그녀는 유인나보다는 나은 처지여서 지난 연말에 연기상 우수상을 받았다. <보석비빔밥>이라는 주말드라마에서 주역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적인 스타로 뜨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김소연, 이경실 등과 구분된다.


고나은은 약 10년 전에 파파야라는 걸그룹으로 데뷔해 반짝 인기를 얻었었다. 그러나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오랜 휴지기를 겪은 후 이번에 주말연속극 주연 자리를 따내며 우수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녀는 가수 출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보석비빔밥> 초반부에선 폭발적인 감정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보석비빔밥>은 막장계의 전설인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라서 막장으로 치달을 것을 걱정했으나, 생각 외로 훈훈한 주말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막 나가는’ <수상한 삼형제>에 비해 인기가 없고, 고나은은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다.


그래도 우수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인정을 받은 것에 그녀는 정말 감격해했다. 그 모습을 보며 걸그룹에서 하차해 여기까지 온 그녀의 인생에 짠함을 느끼고, 역시 또 응원하게 된다.


부디 2010년엔 유인나와 고나은에게 더 큰 기회가 찾아오길, 그리고 또 다른 소외된 사람들이 이런 반전의 기회를 얻고 감격하는 모습을 보게 되길 바란다. 이런 눈물들이 철철 넘쳐흐르는 대한민국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