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마지막 회가 드디어 방송됐다. 이 드라마는 그동안 아이리스의 정체라든가, 김태희와 아이리스의 관계라든가, 이병헌의 최후 등에 대해 수많은 추측들을 양산하며 마지막 회를 기대하게 했었다. 마지막 회를 통해 눈물바다를 만든다는 말도 흘러나와 ‘오랜만에 묵직한 비극을 보나’ 하는 기대를 갖게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마지막 회는 어이없을 뿐이다. 드라마가 시청자를 너무 우습게 본 것 같다. 시청자는 주요 배역이 죽기만 하면 그저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을 짜내는 존재인가?


아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탄탄한 이야기 구조 속에 그 죽음이 녹아들어야 한다. 그런 죽음은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탄탄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죽음을 맞을 때 시청자는 마치 심장의 한 부분이 갑자기 텅 빈 것 같은 공허함과 아픔을 느끼며 인물에 최대한으로 몰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자신의 배역이 그렇게 죽기를 원하고, 짧은 시간에 강한 느낌을 줘야 하는 뮤직비디오도 그런 식의 결말을 선호한다.


영화나 드라마도 이런 전략을 자주 채용하는데, 이런 식의 비극적 결말의 문제는 잘못 쓰면 차라리 가벼운 해피엔딩보다도 못하다는 데 있다. 바로 <아이리스>의 결말이 그랬다.



(눈물바다 속에서 죽어가는 정준호. 시청자도 울어야 하나?)

<아이리스>는 사건이 완전히 종결되고 난 후, 즉 이야기가 모두 끝난 후에 아무런 이유 없이 주인공 이병헌을 죽였다. 시청자가 바보가 아닌 한 알고 있다. ‘이병헌이 이렇게 죽는 이유는 내 눈에서 눈물을 뽑기 위해서구나’.


이렇게 뻔한 설정으로 눈물바다가 될 거라고 기대했다면 오산도 이만저만한 오산이 아니다. 막판의 뜬금없는 죽음이 가져다주는 건 어이없음과 짜증뿐이다. 눈물바다가 아닌 짜증바다를 만든 것이다. 이야기를 비극적으로 구성할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주인공만을 무작정 죽인 건 최악의 결말이었다. 무책임도 이런 무책임이 없다.


막판 죽음의 강렬한 효과를 기대하며 죽음을 남발하던 홍콩느와르는 결국 버림받고 말았다. 시청자는 단세포가 아니다. ‘주인공 죽음 -> 눈물’의 과정이 기계적으로 실행되는 눈물자판기가 아니란 소리다. 눈물을 뽑아내고 싶으면, 보는 이의 감정을 움직여야 하고 그러려면 이야기를 충실하게 짰어야 했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뭔가 덜컥덜컥 하는 이야기를 음악과 뮤직비디오 같은 화면으로 얼버무리며 넘어가더니, 감정이 움직일 이유도 주지 않고 뜬금없이 주인공이 죽는 길을 선택했다. 가히 최악의 결말이라 할 만하다.


<아이리스>가 눈물을 우습게 뽑아내려고 하는 징후는 정준호의 죽음에서도 나타났다. 정준호가 죽는 씬은 그야말로 신파 그 자체였다. 늘어져도 그렇게 늘어질 수가 없었다. 슬로우모션과 음악 속에 눈물을 흘리며 친구가 천천히 죽어가는 이미지만 주구장창 틀어놓는다고 관객이 우는 게 아니다. 이런 것도 역시 홍콩 느와르가 망해가던 시절의 악습인데 <아이리스>에서 반복되고 말았다.



 (김태희 혼자 CF 찍고있는 와중에 죽어가는 이병헌)

막판의 어이없는 눈물전략이 중반까지 나름 잘 나가던 <아이리스>를 진창에 빠뜨린 것이다. 배우들의 열연까지 우습게 만든 ‘허무개그’스러운 결말이었다. 뜬금없는 죽음만 어이없었던 게 아니다. 이야기도 엉성했다.


물론 <아이리스>는 시즌2로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1편에서 아이리스 조직의 정체라든가, 그 외 모든 궁금증이 해소되길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1편으로 완료되는 이병헌과 김태희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제시됐어야 했다.


김태희가 도대체 왜 총을 들고 그 자리에 있었는지, 김태희와 아이리스의 관계는 무엇인지, 이병헌은 무슨 금단의 사과를 먹었길래 <아이리스>의 표적이 됐는지, 1편은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아무리 시즌 2가 예비돼 있다지만 이건 너무하다. 열린 결말 운운하는 기사도 있었데, 이건 열린 결말이 아니라 무책임한 결말일 뿐이다.


이야기에 완결성도 없이 주인공만 덜컥 죽이면 어쩌란 말인가? 중반까지의 기대가 컸기 때문에 결말의 허무함이 더하다. 이번 <아이리스> 결말은 최악으로 기억될 듯하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