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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하이킥 세경-준혁, 폭풍같은 러브라인

 

복잡했던 <지붕 뚫고 하이킥>의 러브라인이 일단 정리됐다. 정음과 지훈, 세경과 준혁이다. 이 작품의 세계관이 비관적인 것에 비추어보면 결말이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세경과 준혁 라인의 폭발력이 발군이다. 지난주에 이 커플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학 과외로 시청자들을 쓰러뜨리고, ‘사랑의 목도리’로 또 한번 빵 터뜨렸다. 아름다움, 귀여움, 풋풋함, 코믹함 등의 덕목을 모두 갖춘 그야말로 폭풍의 러브라인이다.


처음엔 정음의 러브라인이 관심을 끌었었으나, 요즘엔 세경-준혁 라인이 압도적이다. 세경-준혁 라인이 부각된 주에 <지붕 뚫고 하이킥>은 전체 프로그램 주간 시청률 4위를 기록하는 무지막지한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 4각 러브라인의 특징들 -


한동안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세경-지훈 라인의 특징은 일단 그림이 된다는 데 있다. 사랑니 에피소드에서도, 커피 에피소드에서도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가 부각됐었다.


또 이 커플은 ‘주인집 의사 아들과 식모’라는 그야말로 ‘쌍팔년도식’ 신파 구도 때문에 아플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식모라는 80년대식 코드를 내세우며 인간사의 아픔을 탐구하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성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름답고 서글픈 베스트극장 커플이라고나 할까?


이 커플이 부각될 경우 <지붕 뚫고 하이킥>은 아름다워지고, 작품성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시트콤치고는 너무 무거워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겠다.


정음-지훈 라인은 화사하다. 세경-지훈 라인의 경우 지훈은 밝지만 세경이 어둡다. 반면에 정음-지훈 라인은 둘 다 밝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림자가 없고, 거기다가 시트콤답게 적당한 코믹까지 가미된다. 정음이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코믹을 맡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지훈의 로맨틱한 느낌과 정음의 화려하고 코믹한 느낌이 만나 화사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커플같은 느낌을 준다고 하겠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너무 우울해지는 것을 막고, 안구를 정화시켜주며, 알콩달콩한 재미를 주는 커플이다.


잠깐 사람들을 혼란시켰던 정음-준혁 라인은 귀엽다는 특징이 있다. 밝음과 밝음의 만남인 건 정음-지훈 라인과 같은데, 준혁이 로맨틱하다기보다 풋풋한 성격이기 때문에 정음-지훈 커플에 비해 귀엽다는 느낌이 강하다.


극 초반에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연상시키며 많은 사람들을 기대하게 했으나, 정음과 지훈의 로맨스가 시작되고 준혁의 마음이 세경에게 쏠리면서 곧 사라진 비운의 라인이다. 마치 영화를 패러디한 것 같은 이 커플이 실현됐다면, 가장 시트콤다운 커플이 됐을 것이다.



- 세경-준혁, 손발이 오글오글 폭풍같은 러브라인 -


마지막으로, 세경-준혁 라인은 어둠과 밝음, 아픔과 귀여움의 만남이라는 특징이 있다. 4각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어두운 캐릭터인 세경과, 귀여운 캐릭터인 준혁이 만난 것이다. 또, 둘 다 한없이 순백에 가까운 인물로서 순수와 순수의 만남이라는 특징도 있다. 그 폭발력은 무섭다.


세경과 지훈이 만났을 때는 아픔밖에 없었지만, 세경과 준혁이 만나자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아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순수함이 이 둘이 함께 있는 그림을 아름답게 하고, 준혁의 풋풋함과 귀여움이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것이다. 준혁이 세경 때문에 안절부절하며 오버하는 모습이 손발이 오그라들도록 민망하며 웃긴다. 세경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며 ‘용꼬리용용’을 하던 씬에선 보다가 쓰러졌다. 보는 사람까지 창피하게 만드는 준혁의 무리수가 참을 수 없이 웃겼다.


(디시인사이드 펌)

그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서로에게 대조적인 이 두 캐릭터의 마음이 진전되는 이야기는 달콤함의 절정이다. 성숙해보이는 정음-지훈 라인에 비해 세경-준혁 라인이 사춘기적인 설렘을 보다 강하게 느끼도록 하기 때문이다. 정음-지훈 라인도 알콩달콩하지만, 세경-준혁 라인의 알콩달콩함이 더욱 파괴적이다. 이 둘이 더 설레니까.


보고 있노라면 아름다운 풋풋함에 절로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지며, 그 참을 수 없는 어색함에 몸이 꼬이는, 그러면서 점점 더 몰입하게 되는 폭풍 같은 커플인 것이다.


작품성도 좋지만 시트콤은 좀 밝고 웃겼으면 좋겠다. 어차피 세상 자체가 우울한데 시트콤까지 우울한 쪽으로만 가는 건 좀 그렇다. 한동안 웃음이 약했던 <지붕 뚫고 하이킥>에 웃음의 폭풍을 몰고 온 커플, 그러면서도 순수함과 아름다움으로 작품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는 커플, 세경-준혁 라인은 그래서 반갑다. 이들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러브러브’ 행각이 좀 더 계속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