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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개그콘서트, 왜 혼자만 잘 나가나

 

<개그콘서트>의 ‘나홀로’ 독주가 새해에도 계속 되고 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면에서도 <개그콘서트>가 압도적이다. 반면에 <하땅사>나 <웃찾사>는 그 존재조차 희미하다. 독주도 이런 독주가 없다.


<개그콘서트>에서는 최근에 봉숭아학당의 ‘동혁이형’으로 나오는 장동혁이 등록금 문제, 학자금 대출 문제에 직격탄을 날려 폭풍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다른 개그 코미디 프로그램에선 이런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


<하땅사>는 새로 개편하면서 버라이어티 예능의 형식을 도입했었다. 나름대로 새로운 트렌드를 열어가겠다는 승부수였다. 어떻게 보면 말이 되는 기획이기도 했다. 요즘은 버라이어티 예능의 시대가 아닌가. 그러므로 개그 코너만 단조롭게 이어지는 것보다 중간중간에 버라이어티적 요소를 섞는 것이 더 재미를 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청자는 그런 새로운 시도에 냉담했다. 전통적인 공개코미디 방식을 고집한 <개그콘서트>에만 눈길을 주고 있다. 다른 모든 개그 코미디 프로그램은 ‘아웃 오브 안중’이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왜 ‘개콘’ 혼자서만 잘 나갈까?



- <개그콘서트>만 현실을 제대로 담고 있다 -


<개그콘서트> 독주의 이유에 대해선 여러 매체에서 분석을 시도했었다. 선후배간 인화가 뛰어나다든가,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든가, 신인을 유연하게 등용한다든가 등등의 이유들이 보통 제시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다른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선후배간 사이가 안 좋고, 내부 경쟁을 안 하고, 신인을 안 쓰겠는가. 공개코미디 프로그램들의 문화는 서로 엇비슷하다. 그렇다면 <개그콘서트>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오직 <개그콘서트>만이 현실을 제대로 담고 있다. 오직 <개그콘서트>만이 끊임없이 현실의 문제에 대해 발언을 시도한다. 바로 이것이 다른 프로그램들과 <개그콘서트>의 차이다. 다른 개그 프로그램들은 그저 웃기는 코미디극을 보여줄 뿐이다. 현실의 모순과 별로 상관이 없는, 허공에 붕 떠있는 듯한 내용들이다. <개그콘서트>만 현실을 딛고 서서, 현실을 제대로 이야기한다.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됐다는 ‘동혁이형’도 그렇다. 그날의 대사는 이런 것들이었다.


“10년 동안 물가도 36%가 채 안 올랐는데 대학등록금은 116%가 올랐냐? ... 왜 한번 오르면 내려갈지를 모르냐고, 대학등록금이 무슨 우리 아빠 혈압이야? 한 학년 올라 갈 때마다 우리아빠 얼굴에 주름살만 늘어. 우리 아빠가 무슨 번데기야? 대학총장이 우리아빠 얼굴에 보톡스를 놔줄 거야? 형 개그가 어렵니?".


“사실 학자금 상환제도, 이거 나쁜 거 아니야. 제대로 좋아, 제대로 쿨 해. 하지만 인간적으로 이자가 너무 비싸다고. 대학이 세계적인 학자를 만드는 곳이지, 세계적인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곳이야? 예전에는 아버지들이 소 팔아서 등록금 냈지만 지금은 소 팔아서 턱도 없어. 왜 불쌍한 우리 아버지들이 등록금 대려고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냐고. 우리 아빠가 '워낭소리'야?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대신 방울 달아 드려야 해? 형이 얘기하고 싶은 건 하나야. 등록금 인상, 등록금 대출, 이런 소리 하기 전에 쿨하게 등록금을 깎아주란 말이야.“


정확히 현실의 아픔에 기반해, 국민들의 속을 풀어주는 대사를 하고 있다. 단지 웃기는 코미디를 하는 차원이 아닌 것이다. 이러니 시청자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고, 반대로 이렇게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는 경쟁 프로그램들은 무관심 속에 묻힐 수밖에 없다.



- 현실을 담은 이야기, 서민의 아픔을 담은 이야기의 힘 -


요즘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개그콘서트>의 압도적인 성공에서 우린, 어떤 이야기가 ‘되는 스토리텔링’인지 알 수 있다. 바로 우리 사회 현실을 담은 이야기, 서민의 애환과 마음을 콕 찌르는 이야기가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2009년 <개그콘서트> 최고의 히트작인 ‘분장실의 강선생님’도 그랬다. 얼마 전 <청춘불패>에선 선배들이 후배의 군기를 잡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던 후배가 마침내 눈물을 터뜨리게 된 몰래카메라가 방영됐었다. 한국 사회에서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바로 그런 위계질서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약자들의 처지를 그렸다. 또 허위로 가득 찬 1인자의 모습과 가증스럽고 구차한 2인자의 실체를 통렬히 묘사해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남보원’도 그렇다. 물론 ‘남보원’은 여성차별국가인 한국에서 남성인권을 주장한다는, 말하자면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백인 인권을 주장하는 것 같은 황당한 설정의 문제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데이트 비용도 댈 수 없을 만큼 추락한 ‘88만 원 세대’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밖에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을 유행시킨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라든가, 서민의 없는 처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행복전도사’, 그리고 옆구리가 시린 솔로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솔로천국 커플지옥’ 등 <개그콘서트>는 끊임없이 현실의 애환과 서민대중의 마음을 담아낸다.


시청자는 그런 이야기를 보고 ‘아 맞아! 맞아!’하며 박장대소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을 담은 이야기가 발휘하는 ‘공감의 힘‘이다. 현실에서 벗어난 웃기는 이야기를 아무리 많이 엮어봐야, 통렬한 현실의 이야기를 누를 수 없다는 것이 <개그 콘서트> 독주가 알려주는 바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