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다시 만난 세계는 서른한 살 여자 정원(이연희)에게 이미 죽은 열아홉 살 첫사랑 해성(여진구)이 돌아온다는 설정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인간적으로 외로운 여자 앞에 나타난 학창시절 첫사랑. 그 첫사랑이 옛날처럼 따뜻하게 정원을 감싸안아준다. 세상의 황폐함에 지친 여성들을 위한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다.

해성은 고등학생 시절에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살인자로 몰렸다. 그의 동생들은 살인자 형제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뿔뿔이 흩어져 불우하게 살아간다. 해성의 단짝 친구들은 떠나간 해성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때 해성이 19살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나 자기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면서 흩어진 동생들을 찾아 가족을 다시 이루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회복한다는 설정이다.

 

의문의 죽음이라는 미스터리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 빼면 불필요한 자극이 거의 없다. 힘겹게 살아가는 동생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내 맏이의 책임을 다 하려는 해성의 노력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현재의 처지는 다 다르지만 학창시절의 우정을 이어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따뜻하다. 해성과 정원이 보여주는 첫사랑의 이미지는 순수하다. 거기다 이들의 고등학생 시절을 보여주는 회상 장면을 통해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힘도 있다. 요즘 다른 미니시리즈처럼 화사하거나 강렬하지 않은, 투명한 파스텔톤의 색감도 이 작품의 따뜻한 느낌을 강화한다. 제작진은 장르물이라고 무겁게 풀어가거나 사건위주로 진행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그리는 힐링드라마가 목표라고 했다.

 

과거 아침드라마가 이런 식이었다. 미니시리즈가 젊은 층 위주의 감각적인 스토리, 주말드라마가 가족의 이야기라면 아침드라마에는 문예물 같은 느낌의 아련하고 따뜻한 감성이 있었다. 화면도 정갈한 이미지였다. 그랬던 아침드라마는 요즘 막장의 온상이란 평을 듣는다.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처럼 크게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가운데 조용히 따뜻한 감성을 잃어갔다. 저 유명한 주스폭포신’(입에 들어간 주스를 도로 뱉어내는 장면), ‘김치따귀신등이 모두 아침드라마에서 나왔다. 이런 아침 막장의 시대에 다시 만난 세계는 모처럼 과거 아침드라마의 정서를 다시 만나게 해준다.

문제는 착한 정서만으로 드라마의 재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품의 초점이 해성 죽음의 미스터리인지, 로맨스인지, 가족애인지가 헷갈린다. 이야기 중심이 너무 많은 것이다. 중간부터는 해성의 요리사 도전기와 브로맨스 떡밥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초점이 많으니 이야기 진행이 느리다. 해성 죽음의 미스터리 조사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해성의 초감각도 제시만 됐을 뿐 쓰임새가 그려지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극이 진전되지 않으면서 계속 옆으로 풀어진다는 느낌이었다. 현실은 복잡하고 답답하지만 드라마는 초점이 명쾌하고 속도감이 있어야 한다. 그게 현실과 다른 드라마만의 재미인데 다시 만난 세계엔 그게 약했다. 중반 이후 미스터리가 풀리기 시작하고 또 그동안 벌려놨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재미가 살아나길 기대한다. 이런 드라마가 인기를 얻어야 다른 드라마에서도 따뜻한 감성이 표현될 테니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