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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한일전 독도골뒤풀이 반대한다



오는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08 조모컵 한·일 프로축구 올스타전'에 대비해 우리 선수들이 독도 관련 골뒤풀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선수들이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제축구연맹의 스포츠 순수성 원칙이 훼손된다며 반대하는 논리가 있다. 난 다른 이유로 반대한다.


일본 우익은 두 가지를 하려 한다. 하나는 국제적 여론전이고 또 하나는 제 나라 국민에 대한 선동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제적 여론전에서 점차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치밀하게 국제적 학자나 기관들을 상대로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결과다. 우리나라는 조용한 외교를 한다며 사실은 독도 방치 행각을 벌이다가 뒤통수 맞았다.


이미 맞은 건 어쩔 수 없고, 더 맞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온 일본인의 주의가 집중된 장에서 영토문제를 건드리면 어떻게 될까? 일본 우익이 원하는 일본인에 대한 선동을 우리 손으로 대신 해주는 셈이 된다.


일본의 보통사람들은 역사와 국가에 대한 관념이 우리보다 희박하다. 일본에 아무리 우익들이 넘쳐난다 해도 일본은 분명히 전범국가다. 전범으로서 국가주의의 대두에 대한 공포심이 일본 지성계엔 존재한다. 교육계에도 좌파들이 있다. 국가적 팽창을 거부하는 세력이 엄연히 있는 것이다. 그런 영향으로 일본인들은 한국과의 영토분쟁에 대해 잘 모른다.


일단 알게 되면, 게다가 상대국 대표팀이 자국에 와서 그것을 도발하게 되면 일본인들에게 잠재된 민족주의의 봉인을 풀 수 있다. 골뒤풀이 한번이 무슨 큰 사건이겠냐만, 일본 우익에게 이용할 빌미를 준다는 것이 위험하다. 민족주의, 국가주의는 일단 발화하면 그 다음부터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대립이 된다. 우리로서는 이런 국면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본은 1억 총중류 사회가 해체되면서 격차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하류사회라고도 하는데 우리식으로 하면 양극화다. 그에 따라 국민의 불안,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묻지마범죄가 일본사회의 불안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그런 대중적 불만심리는 파시즘이 발흥할 최적의 토양이 된다. 초강국도 아니고 만만한 나라, 특히 평소부터 신경을 거슬려왔던 만만한 나라가 도발해오면 보통사람들이 우익전사로 돌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축구대표팀이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골뒤풀이를 아무리 많이 해봐야 그 땅이 우리 영토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운동선수들이 영토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전쟁은 왜 있으며, 군대는 왜 있겠나? 영토는 운동선수가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본은 우익조차도 제 나라 국민을 설득하지 못해 자신들이 원하는 팽창적 재무장을 속 시원히 이루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타국 대표팀이 일본인들 가슴에 불을 질러 일본 우익을 도와줄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처럼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자는 얘기가 아니다. 양국의 국민이 감정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당분간 피하되, 국제적 여론전, 정보전, 홍보전, 학술전에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


독도 전문가들을 육성하고 해외 학자들과 접촉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 내부에도 특별팀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움직여나가야 한다. 국제적으로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인정받으면 일본도 그 이상 도발하기 힘들다. 지금은 과거처럼 무작정 군사력을 앞세워 타국을 침범하는 시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벌어지는 ‘소리없는 전쟁’의 주역은 학자, 전문가, 정부여야 한다. 아직은 국민들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일본 국민들이 분노할 빌미를 우리가 만들어줄 필요가 없다. 축구팀은 일본에 가서 페어플레이만 하고 오면 된다. 물론 이기면 더욱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