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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권상우가 왜 그렇게 미운가

 

권상우가 급호감으로 돌변하고 있다. 애초에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변화된 건 사람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는 것을 보면서다. 인터뷰 내용이 ‘한국에서 살기 싫다’는 식의 제목으로 공개된 후 욕 먹는 것을 보면서는 관심이 연민으로 변했다. <신데렐라맨>이 시작된 후 권상우에게 십자포화가 작렬하는 것을 보면서는 그 연민이 더 강해졌다.


그리고 <신데렐라맨> 3,4회를 보면서는 연민이 호감으로 진화했다. 드라마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권상우를 욕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권상우는 드라마를 ‘해치지 않아요’


1인2역을 맡기엔 권상우의 연기력이 너무 모자란다는 비난,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비난이 쏟아졌었지만, 극중 인물 ‘오대산’에게 감정이입하는 데 별로 부족함이 없다. 연기력, 발음 모두 그렇다. 발음은 사실 1회 때부터 잘만 들렸다. 나는 과거에 연극연습을 통해 발음훈련을 했었기 때문인지 부정확한 발음에 상당히 불쾌감을 느끼는 편인데, <신데렐라맨>에선 그리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권상우가 뭘 그리 잘못했길래 사사건건 욕을 먹는지 모르겠다. 결혼을 발표했을 때쯤부터 권상우에 대한 비난이 부쩍 늘었다. 남 가정사에 무슨 관심들이 그리 많은가? 그 후 미운털 박힌 권상우는 일이 터질 때마다 돌팔매질을 당하는데, 그럴 만큼 나쁜 일을 했다는 소릴 들은 적이 없다.



- 나에게 비호감이었던 권상우 -


권상우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비호감이었다. <화산고>에서 꽃미남 신인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다. 딱딱한 연기와 혀 짧은 소리는 짜증을 유발했다. 같은 영화에서 장혁이 몸을 던지는 것과 권상우의 뻣뻣한 연기는 극명히 대비됐다. 그때 이후 장혁은 호감, 권상우는 비호감이 됐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껄렁껄렁한 모습은 별로 인상 깊지 않았고 <말죽거리 잔혹사>는 복근과 ‘대한민국 학교 족구하라 그래’라는 코미디스러운 느낌만 남겼다. 이때부터 권상우는 우스운 발음의 본좌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신부수업>, <야수>, <청춘만화>, <숙명>은 권상우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만한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떨어지는 작품 수준에 한류스타라는 명성 하나로 먹고 사는 배우라는 거부감만 남겼을 뿐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느낌이었다, 권상우라는 배우는. 그렇게 안티에 가까운 내가 보기에도 권상우에게 쏟아지는 이례적인 비난은 불편했다. 작품이 아니라 이슈가 인간 권상우에 대해 새롭게 관심 갖도록 만든 셈이다.


그렇게 욕을 먹는 와중에 참여한 작품이 <신데렐라맨>이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권상우를 욕하려고 작심하고 드라마를 본 것 같았다.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비난이 쏟아졌다. 권상우가 그렇게 드라마에 해악을 끼쳤나?


아니다. <신데렐라맨> 1회는 그저 평이한 드라마였을 뿐이고, 권상우는 그 속에서 평이한 연기를 했을 뿐이다. 특별히 욕을 먹을 만한 것은 없었다. 한류스타가 출연한 기대작치고는 실망스럽다 정도의 논평이면 적당할 수준이었다. 칭찬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욕을 먹을 이유는 없었다. 이즈음 해서 권상우에 대한 연민도가 대폭 증폭됐다. 이유 없이 다구리 당하는 사람을 보며 연민을 느끼는 건 인지상정 아닌가.



- <신데렐라맨> 살아나다 -


다행스럽게도 <신데렐라맨>은 3, 4회에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1회가 무미건조하고 진부하고 특색 없었다면, 3,4회에선 생동감이 느껴진다. 심심했던 분위기도 경쾌한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작품의 태반을 책임진 권상우는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무게만 잡았던 <에덴의 동쪽>에서의 송승헌보다 <신데렐라맨>에서의 권상우가 훨씬 생생하다. 1회에서 붕 떠있는 것처럼 보였던 권상우는 3,4회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살과 피를 가진 인간이 되었다. 엄청난 찬사를 받고 있는 <내조의 여왕>에서의 김남주보다 그리 못하지 않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권상우에 대한 칭찬은 들리지 않는다.


허점이 생기자 달려들어 욕할 땐 적극적이던 사람들이 왜 칭찬엔 인색할까. 언제부터 세상인심이 이렇게 야박해졌나. 유독 권상우에게만 야박한 것은 온당치 않다.

<신데렐라맨>은 경쾌·코믹 ‘테크’를 타고 있다. 막장드라마의 암울한 느낌과 칙칙함보다는 상큼하다. 그 속에서 경쾌하게 좌충우돌하는 권상우에게서 별다른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권상우에겐 소지섭같은 압도적인 ‘간지’는 없다.(드라마 하나를 혼자서 떠받힌 소지섭의 간지는 확실히 대단했다) 그렇더라도 <신데렐라맨>을 끌고 가는데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다시 지적하지만, 말도 ‘똑똑하게’ 잘 들린다.


동네북이 된 권상우. 그를 향한 돌팔매를 이젠 멈춰야 하지 않을까. <신데렐라맨>에서는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작품은 그 열정에 값하는 쪽으로 발전하는 분위기다. 황정민, 김아중, 차승원, 김선아가 가세하는 수목극은 드라마계 최대의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모두 코미디다. 누구 하나 돌팔매질 안 당하는 선의의 경쟁이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