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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시티홀 김선아 때문에 웃겨 죽을 것 같다

 

역시 김선아는 코미디다. 왜 하늘이 준 재능을 버리고 <밤이면 밤마다>같은 데서 진지한 역할을 해서 본인도, 보는 사람도 괴롭게 했나. <시티홀>에서 김선아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왔다. 자신이 여왕일 수 있는 세계로. 그것은 바로 코미디다.


물론 삼순이 재탕이라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캐릭터 재탕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주성치는 비슷한 캐릭터를 수도 없이 반복해도 그런 비난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아티스트라는 추앙을 받았다. 김명민처럼 팔색조의 변신을 하는 사람도 좋은 배우이고, 소지섭처럼 무슨 역할을 맡아도 그냥 소지섭인 사람도 좋은 배우이며, 같은 캐릭터로 끝장을 보는 사람도 좋은 배우일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한 캐릭터로 다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비난하는 건 적절치 않다.


<시티홀> 1편에서 세 번 ‘빵’ 터졌는데 그게 모두 김선아 원맨쇼였다.


“전 그냥 공직에 충실했을 뿐인데 ... 리필도 돼요.”(차승원에게 커피 주면서)


“나 좀 귀엽지 않았어요?“


“감당 안 되실 거에요.“(차승원네 집에서 대변을 보고 나서)


이렇게 터뜨리더니 2편에선 시작하자마자 8분여 간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했다. 워낙 웃기니까 나중엔 치킨집에서 차승원과 김선아가 마주치기만 해도 웃음이 터졌다. 김선아의 승리다.


이 작품은 대놓고 코미디로 간다. 등장인물도 박아첨, 조국, 민주화, 고부실, 정부미, 소유한, 부정한, 한성실 등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1편부터 화장실 코미디로 ‘이래도 안 웃을 테냐!’라고 육박해왔다.


너무 대놓고 이러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기대치가 지나치게 커도 문제가 생긴다. 김선아와 차승원의 조합은 코미디에 대한 기대치를 상당히 키웠다. 이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기대감은 배신감으로 변한다. 개그맨들이 ‘이건 웃긴 얘깁니다’라고 전제하면서 멘트 치는 것을 금기로 여기는 이유와 같다.


김선아는 기대치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줬다. 엄청나게 터뜨린 건 아니지만 주중 미니시리즈 중에서 최대치로 웃기는 개그를 선보이는 데는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웃기는 사람을 존경한다. 웃기는 건 하늘이 내린 재능이다. 김선아는 존중 받을 자격이 있다.



- 능청스러운 ‘개간지’ 차승원 -


차승원은 아직까지 자가발전으로 웃기는 건 아니지만 김선아를 잘 받쳐주고 있다. 대단히 매력적이고 능청스럽다. ‘시크’하다는 단어가 유행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보면서 ‘아 저런 게 시크한 거구나’라고 느껴졌다. 확실히 매력적이다. ‘개**’식 어법으로 표현하자면 ‘개간지’라고나 할까.


2회에선 차승원도 크게 한 방 터뜨렸다.


“어쩌지? 이젠 저 여자가 안 이상해.“


수목 대전을 펼치고 있는 드라마들 중에 투톱의 장악력으로 따지면 단연 <시티홀>이다. <신데렐라맨>의 경우 난 개인적으로 권상우를 좋게 보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원성이 엄청나다. <그바보>는 황정민 원맨쇼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우려를 떨칠 수 없다. 김아중에 대한 반감이 객관적으로 분명히 존재하며, 김아중이 과연 드라마를 제대로 받쳐줄 수 있을 지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시티홀>은 그런 걱정으로부터 안전하다. 주연 배우 둘 다 검증된 배우들이며, 시청자의 호감도도 안정권에 들어있다. 작품이 이 둘의 화학작용을 끌어내기만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코미디로의 진화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 코미디 그 이상이 될까 -


<내조의 여왕>이 단지 웃긴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상찬을 받는 건 아니다. 웃기는 것으로만 따지면 김남주, 오지호의 능력도 당연히 김선아, 차승원에게 미치지 못한다. <내조의 여왕>엔 단지 웃기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애환’이다. <내조의 여왕>의 웃음엔 애환이 담겼다. 그래서 사랑 받는 드라마가 된 것이다. 이런 것을 ‘페이소스’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내조의 여왕>엔 우리가 사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묘사가 들어있다. 인맥문화와 아첨, 패가르기 등등.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엄청난 인기를 얻는 것은 그것이 ‘통렬’하기 때문이다. ‘아 맞다! 저런 사람 어디에나 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을 통렬하게 묘사해주면 대중은 열광한다.


<시티홀>이 폭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개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애환’이거나 ‘통렬함’이어야 한다. 이런 것이 없으면 허공에 붕 뜬 트렌디형 개그가 되고, 매니아형 컬트 드라마로 전락한다.


<시티홀>은 애환보단 통렬함쪽의 가능성이 조금 보인다. 정치풍자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의 후안무치함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촌구석 정치가 얼마나 염치없고 터무니없는 지는 본인도 잘 알거구‘

‘여기 사람들은 너무 다 대놓고 하니까 그게 더 무서워’


2회에서 복지예산이 삭감되며 그것이 신청사 건설자금으로 전용된 것은, 현실 정치에서 주민복지예산이 ‘삽질개발 -> 토호이익’으로 넘어가는 것을 통렬히 야유했다. 난 개인적으로 위의 대사에서 크게 웃었다.


하지만 이 정도 가지고 대중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긴 힘들다. 또 정치풍자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어설프게 하면 아니함만 못한 것이 정치풍자다. 소소한 일상의 애환보다 좀 더 힘든 영역이기도 하다.


이 부분이 어떻게 풀릴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분명한 건 김선아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2회에서 꽤나 웃었다. 차승원까지 발동이 걸리면 볼 만 하겠다. 수목 드라마 대전, 너무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