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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재범사태 2라운드 박진영탓이다?

 

2PM 재범 사태가 2라운드로 진입했다. <PD수첩>에서 처음으로 외국어 통역 전문가가 나서서 재범이 했다는 말의 의미를 규명해준 것이다.


물론, 전문적인 통역능력 없이도 재범이 한 말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재범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를 거부하고 있었고, 전문가의 통역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PD수첩>이 나선 것은 이번 사태에서 의미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재범의 말들이 그저 짜증이 난다, 상황이 안 좋다는 정도의 얘기를 어린애처럼 토로했을 뿐이지 특별히 한국이나 한국인을 비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당연하다. 재범이 쓴 글들을 보면 분명히 그렇게 느껴진다.


재범이 연습생 당시 부모가 돈이 들더라도 데려오려고 했을 정도로 괴로워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재범이 어렸을 때부터 산 곳은 한국인이 많지 않은 형편이어서 강해 보이려는 말투를 갖게 됐고, 그것이 흑인과 접하며 강한 흑인슬랭(속어)로 이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것도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국 출신의 이방인으로서 한국에서의 답답하고 짜증나는 상황을 흑인들의 속어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그 흑인 속어를 단어 하나하나 직역하며 분노했고, 언론은 그걸 그대로 보도해 사태를 키웠다.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다.



- 재범에 이어 박진영 사냥? -


재범의 2PM 탈퇴가 발표될 즈음 깜짝 놀랐던 것이 있다. 당시 대중들은 재범이 당한 처벌이 너무 과도한 것에 조금 놀란 듯했다. 아무 생각 없이 돌을 던지다가, 자기가 던진 돌에 개구리가 정말로 맞아죽자 깜짝 놀란 것처럼.


티비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아이가 강아지를 던지고 나서, 그 강아지가 너무 괴로워하니까 깜짝 놀라 울면서 ‘내가 한 거 아니야, 내가 한 거 아니야, 엄마 때문이야’ 이런 식으로 나오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 아이처럼 대중은 재범이 강한 처벌을 당하자 놀라며 그때까지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더니, 갑자기 JYP와 박진영을 탓하기 시작했다. 박진영이 잘못해서 일이 이 지경까지 왔고 재범을 지켜주지 못한 것도 문제라는 얘기였다. 이때 깜짝 놀랐다.


재범을 마녀사냥한 것은 한국의 네티즌 대중인데, 왜 박진영 탓을 한단 말인가? 재범이 미국으로 가지 않았다면 재범에 대한 저주는 계속 됐을 것이다. 심지어 재범 본인을 탓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재범이 사태 초기에 성실한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것이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부터 자신의 쓴 글의 의미와 자신의 처했던 환경, 흑인 슬랭의 의미 등을 진솔하게 소상히 말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박진영에게도 비슷한 책임이 요구됐다. 하지만 100% 장담컨대 당시 분위기에서 재범과 기획사가 무슨 해명을 했더라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일밖에 안 됐을 것이다.


이번에 전문가들이 재범이 쓴 글의 의미를 명확히 했으니, 이제 또 박진영에게 왜 진작 전문가를 동원하지 않았느냐고 따져야 할까? 그래봤자 책임전가, 마녀사냥밖에 안 된다.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어린 나이, 연습생, 문화 부적응, 흑인 힙합 등의 키워드를 연결하면 재범이 한 말이 시시껄렁한 푸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사회적으로 논의할 ‘깜’도 안 되는 말들이었다. 그걸 가지고 이 난리를 친 건 박진영이 아니라 네티즌 자신이다.



- 언론을 찍어라 -


물론 잘못한 사람은 있다. 바로 언론이다. 처음에 보도할 때부터 이렇게 예민한 사안은 대단히 조심했어야 했다. 하지만 조심은커녕, 즉각 ‘한국비하 파문’ 따위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해 일을 키웠던 것이다.


그후 많은 사람들이 재범이 한 말을 그렇게 해석할 수 없고, 설사 그렇다 해도 시간의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한국비하 재범 ***하나?’라는 식으로, 재범이 한국을 비하하는 죄를 지었음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런 식의 보도는 재범이 2PM을 탈퇴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의 환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그가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리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언론이 해야 할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 누군가를 찍어내야 한다면 언론을 찍어야 한다. 언론이 마녀사냥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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