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을 일으켰던 <무한도전> 뉴욕 식객편이 끝났다. 한 주간의 논란을 웃음으로 정리하는 그 ‘쿨’함에 ‘역시 무한도전!’이라는 찬탄이 터졌던 마무리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특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양쉐프라는 캐릭터였다.


난 요리사 양지훈의 사람됨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무한도전> 밖에서 그가 어떤 언행을 보이는 지도 알지 못한다. 그의 실체가 어떠하든 그것과 상관없이, <무한도전> 속에서 그가 보여준 양쉐프라는 캐릭터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양쉐프 캐릭터의 매력은 묘한 인간미, 최선을 다 하는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카리스마, 그리고 리더십에 있었다. 특히 팀의 사기를 북돋우는 리더십의 매력이 마침 정준하의 고집으로 촉발된 상대팀의 내분과 대비되어 선명히 드러났다. 정준하가 양쉐프 캐릭터를 살렸다고나 할까?


양쉐프는 팀원을 긍정적으로 이끌었다. 똑같은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이 불쾌하거나, 무안하거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또 아무리 급한 상황에서도 팀원들이 여유를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하지만 지적할 것은 정확히 지적하며, 동시에 팀원의 안전을 분명히 챙기는 훌륭한 지도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우리 사회는 요즘 ‘과연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어떤 것인가’라는 화두를 안고 있다. 미실과 덕만의 리더십 대결이 열렬한 호응을 얻은 것은 그런 우리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봤을 때 이번 <무한도전>은 양쉐프 캐릭터를 통해 또 하나의 바람직한 리더십 형태를 제시했다라고도 할 수 있다.


양쉐프와 박명수가 처음으로 부딪혔을 때 양쉐프 리더십의 특징이 드러났다. 박명수는 고기를 다지던 칼과 도마를 씻지도 않고 그대로 사용해 야채를 썰고 있었다. 당연히 그래선 안 되는 일이었고 양쉐프는 그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러지 마라. 칼을 씻어라. 고기와 야채를 구분하라’라는 식으로 명령이나 지침만을 내린 게 아니었다. 그냥 넘어가자고 반말로 얘기하는 박명수에게 잘못 처리된 야채를 버린 후 더 빨리 다지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며 자연스럽게 설득했다. 이렇게 되면 야채를 버리는 것이 일이 더욱 잘 되기 위한 과정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박명수의 잘못 자체가 큰 사건이 아닌 단순한 시행착오가 되어 자존심이 상할 일이 없게 된다.


또 그는 박명수의 방식으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효율성의 문제로 설득하고, 세균과 안전의 문제를 설명해서 최종적으로 쐐기를 박았다. 분명한 이유를 제시해 팀원이 자기도 모르게 설득되도록 한 것이다. <무한도전>을 본 이는 이런 과정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렇게 이해와 동의에 의해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 훌륭한 리더십이다. 또 일처리가 더 잘 되도록 하는 것은 결국 박명수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내 생각이 옳으니 내 생각을 따라라’가 아니라 ‘이렇게 해야 나와 당신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다’라고 모두의 공동선을 내세우는 것도 훌륭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양쉐프는 또 팀원에게서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면이 발견되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면 팀원의 사기가 올라가면서, 팀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동시에 팀원의 잠재력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뉴욕 식객 1편에서 정준하의 좌절과 극적으로 대비된 길의 부각이 칭찬 리더십의 마력이 발휘된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뉴욕 식객 2편에서 길에게 더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장면에서도 양쉐프 리더십의 특징이 잘 나타났다. 그는 허둥대는 팀원에게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며, 안전관리에 철저할 것을 당부했었다. 이렇게 화급한 순간일수록 리더가 여유를 보여줘 팀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는 자신이 속이 다 타도록 초조하더라도 팀원에게는 여유를 갖도록 해야 한다.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지도자였다는 평을 듣는 청나라의 강희제는 내란을 토벌하면서 불리한 전세에서도 결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자신이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신하들이 불안에 빠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렇게 여유만 부리다가 일을 그르친다면 차라리 팀원을 닦달하는 것만 못한 일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여유를 갖게 하면서도 동시에 팀원을 다그치는 마법을 발휘해야 한다. 바로 양쉐프가 길을 재촉하는 장면이 그랬다. 그는 길에게 시간이 없으니 일을 더 빨리 하라고 하지 않았다.


‘길씨는 잘 하니까 좀 속도를 내주세요. 이렇게 잘 자르는데 천천할 할 필요 없잖아요.’


칭찬과 재촉의 절묘한 조합이다. 노홍철에게 접시를 치운 다음 통을 가져다 놓고 썰라고 지적할 때에도, ‘접시도 좋은데’라고 칭찬하는 것을 잃지 않았다. 칭찬을 통해 팀원의 사기를 올리면서 생산성도 향상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자신이 팀원들을 신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팀원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하면서, 그렇다고 마냥 풀어줘서 오합지졸을 만든 것이 아니라 질서도 분명히 잡아나갔다. 그리하여 요리작업이 침착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뉴욕 식객편을 보며 이런 양쉐프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도 이런 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대할 때도 그렇다. 아이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며 장점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키워야 아이들의 잠재력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오로지 시험성적을 올리라고 아이들을 다그칠 뿐이다. 이건 최악의 리더십이다. 성인이 되면 냉혹한 구조조정과 성과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을 북돋워주는 방식이 아니라 다그치고 냉정하게 쳐버리는 방식의 리더십만 횡행하는 느낌이다.


바로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따뜻한 리더십을 갈구하고 있다. <무한도전>에서 양쉐프 캐릭터가 그런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었다. 지난 여름 <무한도전>에선 타이거JK가 양쉐프와 같은 리더십을 보여줬었다. 타이거JK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양쉐프에게도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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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따뜻한 리더십이 인상적입니다.
    우리사회가 효율성만 따지면서 아직도 70~80년대 권위적 리더십에 매달려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2. 좋은말로 익숙하지 않은 팀원을 이끄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

  3. 몽그리 2009.11.29 10:5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주문이 밀려들어 팀원들이 당황할때도 중심을 잃지 않고
    진두지휘 하는 모습에 반했습니다~^^

  4. 맞아요 2009.11.29 11:1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여자분은..잘 못 가르치셨어요.방법을 모르더군요.

    • 글쎄요... 2009.11.29 19:04  수정/삭제 댓글주소

      여자분도 잘 가르칠려고 했는데.. 여자분보다 정준하씨 태도가 문제 아닌가요? 쉐프란 자리를 떠나서 자기가 막히게 해놓고는 다른사람한테 뚫어주라 하면은 기분이 상합니다. 비록 지금은 나아졌지만, 식객 3편에선 정준하씨 태도에 저절로 욕이 나옵니다.

  5. 음... 직장에 저런 직장상사 있다면 정말 일할 맛 날것 같습니다.

  6. 아..저..이거 퍼가도 될까요??

  7. Loquacity 2009.11.29 13:5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정말 주방을 장악하는 능력이 대단하더군요.

    짜증 한번 안내고 인상 한번 안쓰고...아랫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따르게 만드는 힘...

  8. 멋쟁이 양세프 2009.11.29 14:5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영화나 만화속의 상상의 마스터 캐릭터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더군요.
    특히 주문이 밀려들때나 주방에서 가장 기본인 안전에 대한 철저한 당부가 마음에 와 닿더군요.
    필요할 때마다 짠 하고 나타나서 코멘해주던 센스,그러면서도 분위기를 일사분란하게 이끌던 탁월한 리더십!!!
    호감 백배에 저런 상사밑에 일하는 이들은 절로 성취욕구를 느끼겠다는....

  9. 정말 매력적인 분이셨어요~~ ㅎㅎㅎ

    잘못을 해도 그것에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하시는 부분~~~~~

    너무 멋지십니다~~~~~

  10. 정말 오랜만에 감동을 주는 따뜻한 사람을 한 분 직접 만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절대적으로 나를 믿고 지지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뭔가 정말... 지적이 아닌 지원을 해주는 사람의 느낌.^^ 내 옆에 저런 분이 한분 계신다면 정말 살맛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1. 이분이 2009.11.29 20:4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명쉐프를 뒷담화하신분 아닙니까?

    방송에서 훈남이미지를 주고 사적인 뒷담화로 이미지 다 깎아드셨죠.

    나중에 명쉐프를 비판하는 글을 보니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험담하는듯이 보여 좋게 보이지는 않더라구요.

  12. 권보경 2009.11.29 21:4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전 미니홈피 때문인가요...

    저날 티비모습이 참...이중적으로 보였어요..

    사실 속에는 다른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미니홈피 일이 없었다면 오히려 돋보였을건데...

    이중성이 더 들어난 것 같았습니다

  13. 시청자 2009.11.29 22:1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도 미니홈피에 직접 올린글을 방송전에 봤었지만
    그에게서 받은 긍정적인 인상은 변함이 없네요.
    솔직한 본인의 생각을 보인것이지 나쁘다고 생각하지않습니다.
    같은 위치의 동료로서 본인이 생각했을때 아무리봐도 아닌것은 지적할수도 있는것이죠.
    지적한 내용이 틀린것도 아니고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의미를 잘 알고있는 분같더군요.

  14. 비판할땐 하고 자기 일할땐 잘하고

  15. 저는 이중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즉, 아마추어인 박명수팀을 대하는 것과 프로세계의 명셰프를 대하는 것이 달랐다고 해야할까요?

  16. 어차피 리얼버라이어티라 해도 그 안의 캐릭터는 일정부분 설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상황에 따라 캐릭터가 조금씩 달라지잖아요. 하재근님이 본문에서 언급하셨다시피 무한도전의 양쉐프는 무한도전의 양쉐프로만 봐야할겁니다. 무한도전의 양쉐프는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리더쉽이 대단하죠.

    미니홈피의 양쉐프는 좀 안타까운게 사실입니다. 이중적인지 아닌지는 관심없고, 정준하 쉴드를 위해서 왜 굳이 동종업계 종사자를 깎아내려야했는지 모르겠다는거죠. 정준하 포함 모든 출연진과 스텝들은 고생했다고 감싸면서 유독 명쉐프를 분란의 씨앗인냥 찍어버리는건 안좋죠. 본인도 아차해서 지웠을겁니다.

    • 행인 2009.11.30 06:04  수정/삭제 댓글주소

      미니홈피의 양쉐프는 프로인 명쉐프를 향한 날카로운 지적.

      무한도전의 양쉐프는 아마추어인 명수팀을 향한 너그러운 마음.

      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명쉐프에게도 명수팀과 동일하게 대했다면,

      그것은 명쉐프를 프로로 인정하지 않았다는것이겠죠.

    • 꼬꼬마 2009.11.30 06:44  수정/삭제 댓글주소

      그렇다고 해도 그런글을 남긴다는것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프로와 아마를 대하는 차이다? 양쉪이 남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논할정도로 명쉪보다 위?인가요
      정준하를 감싸기 위한게 다른 쉪을 비난하는것이라면 전 이분 매력은 커녕 기회주의자로 밖엔 안보입니다.

    • 프로와 아마추어를 대하는 방식이 다른것이다? 이건 좀 공감이 안갑니다.
      무한도전팀은 "요리의 아마추어" 입니다. 명쉐프는 "요리의 프로" 죠.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명쉐프가 요리에서 잘못한게 있나요? 또 명쉐프는 양쉐프 밑에 있는 사람인가요? 명쉐프는 "아마추어 다루기의 아마추어" 였다고 생각합니다만...

  17. 무한도전 양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