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선덕여왕> 28회는 대단했다.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할 만큼 흥미진진했다. 몰입도가 거의 연속극을 넘어서 영화를 방불케 했다.


초반엔 최근 사실상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비담과 미실의 양자대결이 펼쳐져 포스와 포스가 부딪히는 박진감을 선사했다. 중반엔 <선덕여왕>의 중요한 흥행코드인 미스테리가 이어졌다. 보는 이로 하여금 결말을 궁금하게 하는 힘. 막판엔 일식이라는 극적인 결말과 함께 덕만이 빛을 받으며 등장했다.


이것을 두고 반전에 반전이었다는 기사도 있으나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덕만이 자기편도 속이리란 건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극적인 긴장감만큼은 확실히 대단했다. 드라마를 보다가 이렇게 이야기 자체에 몰입되는 경우는 오랜만인 것 같다.


최근 분위기로 몰입시키는 드라마는 <친구, 우리들의 전설>과 <탐나는 도다>가 있었지만, 이야기 자체로 이렇게까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작품은 <선덕여왕>에 비견될 것이 없을 듯하다. 그럴 정도로 <선덕여왕> 28회의 힘은 대단했다.



- 28회 대성공의 이유 -


선덕여왕은 최근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드라마에 등극했다. 30%만 살짝 넘어도 대박 소리를 듣는 주중 미니시리즈에서의 성과다. 그것을 가능케 한 이유들 중 몇 가지가 흥미진진한 28회에 빛을 발했다.


일단 캐릭터다. 비담이라는 캐릭터와 미실이라는 캐릭터의 포스 대결. 덕만의 꽃남 군단과 악녀 미실 캐릭터는 <선덕여왕>을 받치는 양대 기둥이다. 28회에서 그 양대 기둥이 불꽃을 튀기며 격돌했다. 비담은 강렬한 눈빛과, 액션과, 담대함, 그리고 순발력에 이르기까지 매력 종합세트를 선보이며 28회를 장식했다.


1인자가 당하는 건 짜릿하다. 이경규가 1인자로 군림할 땐 몰락의 길이었다. 이경규의 이미지가 반전된 건 <명랑히어로>에서 후배들의 놀림거리로 전락했을 때였다. 당시 후배들이 이경규의 퇴출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며 이경규에게 굴욕을 선사했을 때, 이경규는 대중에게 흥미로운 사람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 여세를 몰아 <남자의 자격>에서 김국진에게 본격적으로 굴욕을 당하자 재기에 성공했던 것이다.


여태까지 절대강자였던 미실이 28회에서 본격적으로 굴욕을 당했다. 이경규의 굴욕을 통해 <남자의 자격>이 성공했던 것과 같이, 1인자의 굴욕은 대중의 흥미를 유발한다. 미실은 1인자 중에서도 보통 1인자가 아니다. 절대 강자였다. 그랬던 그가 굴욕당했다. 이보다 재미있는 일은 없다.


<선덕여왕> 전반부에 심어놓은 미실의 존재감이 강력할수록, 그녀의 세상에 금이 가는 과정은 시청자에게 짜릿한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언젠가 미실이 덕만에게 몰려 그 느긋한 미소를 버리고 다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시청자의 통쾌함은 극에 달할 것이고 아마도 고현정의 연기에 대한 찬사도 줄을 이을 것으로 예측된다.



- 궁금증을 유발하는 천재들의 수싸움 -


<선덕여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갖게 하는 구성을 취해왔다. 늘어질 만하면 등장하는 꽃남들과 더불어, 이 구성은 <선덕여왕>의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핵심 코드 중 하나였다. 대표적으로 ‘사다함의 매화’를 들 수 있겠다.


28회에서 그런 구성이 빛났다. 마지막 일식이 일어날 때까지 드라마는 주요 등장인물들과 시청자를 동시에 속이며 궁금증을 만들어갔던 것이다. ‘궁금하지? 궁금하지?’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물론 평소 이런 류의 작품을 많이 본 사람은 덕만이 자기편도 속이리란 걸 예측할 수 있었으나, 모든 시청자가 그렇게 ‘빠꼼이‘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설사 덕만이 자기편도 속일 거라고 예측했던 사람도 구체적인 다음 전개가 너무 궁금하게 느껴질 정도로 <선덕여왕> 28회의 구성은 흥미진진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덕만과 미실의 싸움이 힘과 힘의 대결이 아닌 머리와 머리의 대결, 즉 수싸움인 구도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미실의 총명함은 드라마 초반부에 이미 알려졌고, 덕만의 총명함은 역사에도 기록됐을 정도다. 둘 다 머리가 강점인 천재 캐릭터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인물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장기인 수싸움을 벌일 것이고, <선덕여왕> 작가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내공으로 봤을 때 그 수싸움은 매우 흥미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28회의 박진감을 또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꽃남들은 눈을 즐겁게 하고, 다채로운 캐릭터들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며, 용맹한 꽃남 군단과 미실이 벌이는 기싸움은 포스가 넘치고, 양대 천재 미실과 덕만이 벌이는 수싸움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발생하는 것은 ‘폭풍같은 재미’다. 덕만이 찬란한 빛을 받으며 공식 무대에 데뷔한 28회는 <선덕여왕> 시즌 2의 광명이었고, 경쟁작들에겐 조종(弔鐘)이었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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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8.26 09:2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어제도 선덕여왕의 빠르고 박진감있는 전개덕에 즐거웠습니다.ㅎ 좋은하루 되세요~

  2. 말보루 2009.08.26 11:2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어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비담이 왕을 끌어들여 자신의 운명을 말한 부분이었던거 같아여..

    그때 소름이 쫙 돋는게.... 덕만의 수는 예상했었고...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 수는 그것 밖에 없었으니까..

    ㅋㅋㅋ 오랜만에 드라마 본방사수하네여 ㅋ 잼있어여

    • 저도요 2009.08.26 14:47  수정/삭제 댓글주소

      거기서 가장 충격이었어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죠.

      덕만의 수도 대단했던 것 같아요.

      미실이 유신과 만난 후에 '덕만은 유신도 속여야 했다' 고 말하며 덕만의 수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았다면 좀 더 시간이 지나서야 예상할 수 있었을 거예요.

  3. 태을도

  4. 덕만 왠지 팀킬을 할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런 반전이 있을줄이야 작가님들 정말 대단한것 같아염 ^^

  5. 덕만이 미실속이기위해 다른이를 속이는건 초중반에 눈치 챘지만 전개 과정이 아주 재미있네요 선덕여왕은 가끔 좀 뻔한 내용이라든가 연기력이 좀 떨어져도 전개라든가 구성 대사등이 꽤 맘에 들어요^^

  6. 드라마 분석, 정말 좋습니다.
    위의 분 말씀처럼 덕만...정말 마음에 안 들었는데
    작가님들의 기본을 눈치채긴 했지만,
    역시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