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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아부해, 죽상 벗은 문채원 부각시켜야

 

<아가씨를 부탁해>는 처음에 윤은혜와 윤상현, 문채원이 삼각관계를 이룬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문채원의 비중이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됐다.


기대와는 달리 3회까지 진행된 지금, 문채원의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3회에서 문채원에게 제대로 방송 분량이 주어진 것은 드라마가 시작되고 40분이 훨씬 지나서였다. 그나마도 잠깐이었다.


그 이외엔 윤은혜와 윤상현, 정일우의 이야기로만 한 시간을 꽉 채웠다. 이것은 그리 좋은 선택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선덕여왕>을 보라. 매력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얼마나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가. <찬란한 유산>도 주연들을 받치는 조연들의 매력이 극의 성공에 큰 몫을 했다. 물론 주연에게 대단한 매력이 있다면, 작품 내내 주연 얼굴로만 도배해도 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통은 조연이 받쳐줘야 주연도 살고, 극도 산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문채원을 지금처럼 단역으로 방치하는 것은 문채원이라는 가능성 있는 자원을 너무 무의미하게 소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문채원에겐 <아가씨를 부탁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문채원을 지금보다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 죽상 벗은 문채원의 신선한 매력 -


문채원은 신선하다. 비교적 새 얼굴이라는 점에서도 신선하고, 캐릭터가 완전히 변했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그녀는 매우 ‘핫’한 두 드라마로 널리 알려졌다. 바로 <바람의 화원>과 <찬란한 유산>이다.


이 두 작품으로 문채원은 ‘죽상’ 이미지가 강해졌다. 답답하고, 우울하고, 수동적인 캐릭터였던 것이다.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문채원이 신선하게 부각되는 것은 캐릭터가 반전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채원은 ‘상큼 발랄 씩씩’한 아가씨를 연기한다.


이 변신은 상당한 매력요인이 된다. 시청자는 변신한 문채원을 보며 신선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은 작품에 대한 몰입으로 연결된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역동적으로 부각되면 윤은혜에게 지나치게 쏠리는 무게가 줄어들어, 윤은혜에 대한 과도한 비판도 줄어들 것이다.


<아가씨를 부탁해>는 이미 윤은혜의 드라마로 찍혔기 때문에, 망해도 윤은혜 탓이고 흥해도 윤은혜 탓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윤은혜를 위해서도, 조연들이 더 부각돼 극이 살아야 한다. 문채원의 신선함이 <아가씨를 부탁해>의 신선함으로 전이돼 극이 살면, 결국 불패신화를 이어간 윤은혜가 칭송 받을 것이다.



- 벌써부터 짝사랑 모드? -


오만한 재벌집 규수라는 캐릭터와 윤은혜의 싱크로율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물론 윤은혜는 특유의 귀여운 매력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이전 작품들에서 서민의 딸로 나왔을 때보다 뭔가 허전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가 안하무인으로 행동했을 때는 찬사가 잇따랐지만, 윤은혜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재벌집 규수 캐릭터는 윤은혜에게 안 맞는 옷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오만함을 살리는 것보다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적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성공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편이 로맨틱 코미디로서 <아가씨를 부탁해>에도 어울릴 것이다.


그러려면 윤은혜와 관계를 맺는 조연들의 존재감이 강해져야 한다. 지금은 그 조연들이 윤상현과 정일우 뿐인데 조금 아쉽다. 문채원까지 부각되면 더 역동적인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관계도 관계지만, 문채원의 발랄한 모습이 추가되면 극이 보다 다채로워지면서 아기자기한 맛도 살아날 것이다.


유감스러운 건 드라마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데 벌써부터 문채원이 <찬란한 유산>에서처럼 불안에 떠는 짝사랑 모드로 진입할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면 다시 ‘죽상’으로 돌아갈 우려가 생긴다. 짝사랑 모드는 극 중반 이후에 보여줘도 늦지 않으니, 극 초반엔 상큼 발랄함을 부각시켜 죽상 벗은 문채원의 매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