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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혼 임주은, 걸그룹 스타들 올킬하다

 

때 아닌 수목 걸그룹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혼>, <아가씨를 부탁해>, <태양을 삼켜라>에서 모두 걸그룹 출신 여배우들이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혼>에는 핑클 출신의 이진과 티아라의 지연, 전보람이 나온다. 그리고 <아가씨를 부탁해>의 여주인공은 베이비복스 출신의 윤은혜다. 또, <태양을 삼켜라>의 여주인공은 핑클 출신의 성유리다.


이들과 대적(?)하고 있는 <혼>의 여주인공은 임주은이다. 임주은은 <메리대구 공방전>에도 나왔었지만, 사실상 신인배우다. <혼>에서 비로소 얼굴을 알리고 있다.


반면에 윤은혜와 성유리는 걸그룹 출신이지만 연기자로서도 나름대로 관록을 자랑하고 있는 톱스타다. 이진도 연기경력이 어느 정도 있다. 경력으로 보나 스타성으로 보나 신인 배우 임주은에겐 벅찬 상대라고 할 수 있겠다. 작품이 시작되기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는 윤은혜와 성유리에게 집중됐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임주은의 연기력이 압도적이다. 그 연기력으로 수목드라마에서 대전을 펼치고 있는 전현직 걸그룹 출신들의 스타성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 연기에서 밀리는 걸그룹 스타들 -


성유리는 <쾌도 홍길동> 당시 겨우 발연기 논란에서 벗어난 바 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인 <태양을 삼켜라>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쾌도 홍길동> 이전 시기로 퇴보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대작의 여주인공다운 아우라가 전혀 없다.


윤은혜는 현재 연기력 논란의 핵심 인물이다. 그러나 윤은혜는 원래 연기력과는 다른 차원의 여배우였다. 가수가 꼭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 게 아니듯이, 배우가 꼭 로버트 드니로처럼 연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윤은혜에겐 연기력과 상관없이 어떤 종류의 이미지를 아주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 <아가씨를 부탁해> 초반부는 윤은혜의 그런 매력을 못 살렸다. 중반부의 전개 여하에 따라 윤은혜의 매력이 살아날 여지는 충분하다. 난 개인적으로 윤은혜가 중반부 이후에 살아날 가능성을 아주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연기력과 발음이 안습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간 윤은혜의 매력과 상관없는 배우로서의 능력이 달리는 것이다. 반면에 임주은은 연기력과 배우로서의 능력, 열정 등에서 윤은혜보다 돋보인다.


이진의 경우는 평이한 일상적 대사표현은 안정돼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연이 아니기 때문에 존재감에서 밀리고, 또 비록 조연이라 하더라도 한 순간이나마 강렬한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티아라의 지연과 전보람은 적당한 선에서 선방한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지연은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욕 먹을까봐 매우 걱정했었다고 한다. 다행히 욕먹을 수준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별다른 인상을 남긴 것도 아니다.



- 무시무시한 눈빛연기로 올킬하다 -


임주은은 무시무시한 눈빛연기로 제대로 된 호러퀸에 등극했다. 보통 호러퀸은 벌벌 떨면서 비명을 지르는 연기를 하는데, 임주은은 자신이 공포에 시달리며 동시에 타인의 공포의 원인이 되는 입체적인 인물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요즘 한국인은 화사한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두운 <혼>의 경우 시청률에서 불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 선을 지키고 있는 건, 열성적인 지지자들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극 자체의 힘이 물론 1등 공신이겠지만, 배우 중에서 찾는다면 단연 임주은의 공헌이 가장 컸다.


신인 배우이지만 작품의 중심에 있는 것이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성유리는 그 자리가 버거워 보이고, 윤은혜도 초반부에 이야기가 윤은혜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힘에 부쳐 보였다.(물론 윤은혜의 경우는 자기 캐릭터를 찾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더 이상 문제는 없을 걸로 생각된다.)


연기력으로만 보면 임주은의 압승이다. 2009년에 발견된 신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 MBC 드라마에선 올해 완전히 신인은 아니나, 신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여배우들이 쏟아지고 있다. 임주은, 선우선, 서우, 왕지혜, 배그린 등. 연말 신인상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