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쓸쓸히 막을 내렸다. <스타일>처럼 어이없는 작품도 화제작으로 떠오르는 판인데, <친구, 우리들의 전설>같이 잘 만든 작품이 이렇게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퇴장하다니. 확실히 세상은 부조리하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영상미, 긴장감, 무게감, 몰입도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이 없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깡패를 지나치게 멋지게 그려냈다는 것. 이점만큼은 확실히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멋진 깡패들의 잔인한 폭력’이라는 아쉬움으로 가릴 수 없는 강력한 미덕이 있다. 이 작품은 중반부에 아픈 인간들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그려냈다. 그것은 폭력 깡패극인 영화와 다른,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만의 독자적인 매력을 창출해냈다.


영화 <친구>가 멋있었다면,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아팠던 것이다. 보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처연한 이야기가, 영화제작팀의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영상미로 펼쳐진 작품이었다. 그런데 왜 망했을까?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기본적으로 주말 심야편성이라서 불리했고, 결정적으로 칙칙한 이야기라서 불리했다. 게다가 극 초반에 영화와 같은 내용을 교차편집한 것은 혼란을 초래했고, 폭력과 모자이크는 거부감을 불렀다. 5회부터 최고의 드라마가 펼쳐졌지만 위와 같은 악재들은 결국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비운의 작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상업적 성공여부와 별개로 이 작품이 보석처럼 빛나는 배우들을 남겼다는 점이다. 모든 배우가 빛나 보이는 정말 보기 드문 드라마였다. 주요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주변에 있는 교사, 가족, 선후배 등이 모두 빛이 났다. 하여 그중에 일부를 콕 찍는 건 괴로운 일이나, 젊은 배우들 중에선 꼽자면 왕지혜, 배그린, 현빈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 재발견된 보석들 왕지혜와 배그린 -


왕지혜는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친구 네 명 중에 무려 세 명이 좋아하는 로맨스의 핵심적 인물이었다. 만약 왕지혜의 캐릭터가 설득력이 없거나, 매력이 없거나, 혹은 연기가 어설펐다면 작품은 붕괴지경에 처했을 것이다.


왕지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여자이므로 단순하게 예쁘고 섹시하면 된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왕지혜는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비극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는 연약하지만 강한 캐릭터였다. 그녀의 기본적인 정조는 아픔이었다. 아픔과 슬픔, 그러면서도 잃지 않는 의지. 이런 성격을 그녀가 온전히 표현했기 때문에 세 명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설정에 설득력이 생길 수 있었다.


영화 <친구>에서 그녀의 캐릭터는 그냥 미모로 친구들을 매혹시킨다는 전형적이고 수동적인 인물이었다. 영화에서 그녀의 캐릭터를 유명하게 한 건, 뇌쇄적으로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부르는 장면과 유오성의 ‘벌렁벌렁’ 폭언이었다. 드라마에선 이 두 가지가 아닌 그녀 자체의 비극적이고 복합적인 매력이 부각됐고 왕지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것을 소화해냈다.


왕지혜는 데뷔한 지 몇 년 된 배우다. 하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비로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상에 존재를 알린 것을 축하한다.


왕지혜가 ‘아픔’의 인물이었다면 배그린은 ‘밝음’을 표현했다. 그녀는 이시언과의 알콩달콩 명랑한 사랑놀음으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우울함의 늪에서 구원했다. 극의 구성상 출연비중이 현저히 작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매력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배그린과 이시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만약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아닌 일반적인 주말드라마에서 나왔다면 훨씬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 아쉬운 일이다. 데뷔 3년차 중고신인 배그린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 현빈의 재발견 -


현빈은 작품 초기 장동건과 비교되며 평가절하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1회부터 4회까지 영화와 같은 내용을 교차편집하는 구성을 취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비교를 당하며 아류 취급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작품 중반 이후 현빈이 보여준 모습은 결코 장동건의 아류가 아니었다. 현빈은 장동건의 동수가 아닌 자신만의 동수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장동건의 동수는 마초적이고 공격적이었다. 반면에 현빈의 동수는 서정적이고 처연했다.


현빈은 과거에 몇몇 청춘 드라마의 꽃미남 캐릭터로 이름을 알렸다. 현빈을 상징하는 건 뺨이 쏙 들어가는 예쁜 미소였다. 하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현빈은 그런 이미지를 완전히 버렸다. 그가 여기서 보여준 건 예쁜 미소가 아닌 아픈 눈빛이었다. 그것은 배우로서의 현빈을 재발견하게 했다.


영화에선 유오성이 주인공으로 보였지만,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선 장동건 캐릭터인 현빈이 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빈의 눈빛은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현빈에 비해 상대적으로 밋밋해보였던 김민준은 마지막 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작품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네 친구 중에 현빈의 존재감이 가장 컸다.


훌륭한 작품은 배우까지도 빛나게 하는 법이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배우들을 빛나게 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런 작품이 냉대 속에 스러져 간 건 안타깝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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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친구아이가 2009.08.31 15:0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드라마 친구는 정말 1~4회에서 영화와 똑같은 장면을 배우들만 달리해 보여줌으로써 드라마에 대한 흥미와 극중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시청자에게서 박탈해 버렸습니다.곽감독의 가장 큰 실수가 아닌가 싶어요.중간부분 진숙이와 그 아버지 얘기에 너무 치중하는 바람에 정작 네 친구들간의 우정에 대해선 간과하고 넘어간 부분도 아쉬웠고.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 갈수록 치밀하게 긴장감을 형성해 가며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낸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특히 동수 역의 현빈은 정말 재발견이라고 저도 생각해요.드라마 친구의 동수는 장동건의 보여준 동수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더 마음이 가고 처연한,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모습이더군요.이런 동수를 만들어낸 현빈의 연기 정말 칭찬해주고 싶어요.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모르지만 어떤 역을 하더라도 현빈은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면서 성장해갈 것 같다는...

  2. 공감100 2009.08.31 16:1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현빈은..
    첨엔 기존 이미지랑 달라서 어떻게 소화해낼지
    출연진 중에서 젤로 걱정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걱정이 신뢰로 바뀌는거예요.
    현빈이라는 배우에게서 저런 모습을 뽑아낼수있구나..이제 어떤역을 주어도 잘해내겠다는
    무한한 믿음.
    그는 그렇게 한발자국 앞으로 성장했고..그의 고집과 연기에 대한 열정 앞에
    팬들 모두 고개 숙였답니다.
    참 팬들을 강하게 키우세요..현빈씨는.
    다음 작품에선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설레입니다.
    참...잘크고 있죠?

    (개인적으로 신인 이시언을 숨은 보석 발견에 넣고
    싶네요~신인이라서 재발견에서 빠진거죠?)

  3. 친구 드라마 자체는 돌아오지 말아야 할 전설 이였지만
    그 속에서 현빈이란 배우는 보석처럼 반짝였네요
    꽃미남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청춘스타였지만
    이제 어떤 배역을 가져다 놓아도 그 배역에 스며들줄
    아는 진짜 배우가 된것 같습니다..
    그래서,,,,,,,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4. 개인적으로 깡패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거부감이 강한 터라..

    비판적으로 봤지만,

    드라마답게 인물간에 드라마가 잘 그려진데다
    사실상 준석, 동수, 상곤, 동수아버지를 제외하면
    다수의 시청자들에겐 낯선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신인급의 연기자들까지 극 몰입에 방해되지 않더군요.

    사전제작도 좋았던게
    같은 방송국의 수목드라마 공포물의 경우 최근 방영분량이 급속하게
    극의 질이 낮아진 것 같이 느껴지는 것에 비해

    친구는 극이 마무리 시점까지 흐름이 좋았던 것도 한 몫한 거 같네요.

  5. 국민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대단한 이슈를 불러일으킨 영화를 드라마로 다시 하는부분에서 일단은 사람들이 식상해했던거 같습니다.게다가 첨엔 친구와너무 장면장면이 비슷해 영화친구의 필름을 길게 늘어뜨린듯한 기분마져 들었어요.그러나 점점 회를 거듭할수록 몰입을 하게한건
    두주인공 준석과 동수의 탄탄한 연기력인듯 합니다.준석의 감정하나하나에 나도 모르게 함께 몰입하게 됬습니다.전 솔직히 동수보다는 준석(김민준)이의 연기력에 박수를 보내고싶습니다.보석중의 보석이라 생각하는 김민준의 이름이 언급되지않아 아쉽네요..^^

  6. 저도... 2009.09.01 10:5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도 준석(김민준)의 연기력이 대단했다고 생각하는데
    김민준은 별로 언급이 되지 않더라구요...
    글구 은지 역의 정유미 씨 연기도 훌륭했다고 생각하는데....
    연기력의 발전에 대한 칭찬이 너무 편중된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훌륭했는데

  7. 저도 드라마 정말 인상깊게 인상깊게 잘 봤습니다.
    매회 챙겨보진 못했지만,,현빈의 그 "처연한" 연기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드라마에 나왔던 배우들이 다시 다른 드라마에서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8. 오늘 pd저널 프로그램 리뷰에서도 하재근님과 비슷한 글이 올라왔네요..
    어쩌면 평론들이 다 비슷한지..보고 느끼는건 같은가봐요^^
    친구의 커다란 수확- 현빈,왕지혜.배그린
    낮은 시청률땜에 작품이 평가절하되는것 같아 안타깝지만
    그래도 저 3명의 배우는 건졌네요.

  9. 기존 드라마와는 격을 달리하는, 작품으로 부르기에 아깝지 않은 드라마였지요.
    티비 드라마야 드라마라기 보다는 오락이지요. 작픔성 운운 자체가 별 의미가 없지요.
    그러므로 작품성과 인기도가 반비례하는 것이 어쩜 공식처럼 된 것도 이해가 됩니다.
    아뭏든 좋은 드라마를 감상해 행복했습니다.
    님의 글이 그나마 낮은 시청율에 대한 위안이 되네요.

  10. 저는 서도영.. 2009.09.01 12:3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는 상택역을 맡은 서도영씨가 좋았어요.
    부드러운 눈빛.낮은 목소리.. 허접하고 속빈강정같은 드라마.얼마나 많아요!
    조폭이라는 이미지아래서 탄탄한 극본도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도 낮은 시청률에 다 묻혀버렸죠.
    안타깝지만. 우리에게는 전설로 남을 겁니다. 영원히...

  11. 영화 친구를 보지 않았고 조폭 드라마가 싫어 보지 않으려했지만 남편의 열렬한 시청으로 인해 옆에서 기웃기웃 보다 완전 빠져버렸습니다.

    광고도 없고 인기도 없던 모양이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배우들 하나하나 인상 깊었습니다.

    현빈 엄마 넘 얄밉더군요!! 이렇게 드라마에 빠져 본 건 정말 오랫만이예요.

  12. 공감 200%
    현빈 진짜 섬세한 연기 에 감탄 했는데
    안타까워요
    전 무조건 닥본사 했는데
    울지아나 님 말씀 대로 5회 부터 진짜 멋진 드라마 였는데
    안타까워요

  13. 이제 현빈은 어떤 캐릭을 맡겨도 될 것 같은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성장을 한 것 같습니다.
    현빈의 깊고 맑은 눈빛에서 나오는 서정성은 이 배우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어요..
    친구의 모든 배우가 너무나 좋은 연기를 보여줬기에 하재근님도 참 고민을 많이 하셨을 듯 하네요.

  14. 카레라면 2009.09.05 22:4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도 영화보다 훨씬 감명깊게 보았습니다. 주, 조연 가리지 않고 기복없는 연기도 너무 좋았구요.
    이시언의 어머니역으로 나오신 분의 그 천연덕스럽고 리얼리틱해보이는 연기에선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여튼 친구의 절반의 성공, 너무 안타깝습니다.

  15. 전혀모르겠던데요 그냥 항상보면 드라마나 영화나 캐릭에이미지를 부각하는 이미지일뿐,, 현빈이나 장동건,김민준 연기력들..솔직히 그리 높지않을걸로느꼈는데요,,

  16. 현빈의 존재감은 드러내려고 하지않아도 은근히 빛을 내더군요. 원래 서울말을 스면서도
    이질감이 안느껴질만큼 자연스런 사투리를 구사한걸 보면 엄청난 노력이 느껴지구요.
    오히려 부산출신이라는 김민준은 간간이 서울말이 튀어나와 당혹스럽던데...
    현빈은 어떻게 보이는가보다 내면에서 캐릭터를 조형해내는 경지에 이른거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