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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애프터스쿨 1위, B급섹시 설움 벗나

 

애프터스쿨이 드디어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다. 이번 주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1위가 발표되자 멤버들이 놀라면서 감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가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믿어준 회사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믿어’줘서 감사하다는 가희의 말이 ‘짠’한 것은 애프터스쿨의 입지가 점점 불안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 걸그룹의 평균연령이 고등학생 정도로 생각될 만큼 어린 친구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중학생의 등장도 이젠 별다른 화제가 안 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애프터스쿨이 느꼈을 위기감이라든가, 다급함이 얼마나 컸을까?


말이 걸그룹이지 사실 애프터스쿨은 주류 가수로 대접을 받아왔다고 하기 힘들다. 어린 아이돌 걸그룹들 사이에서 명맥을 잇고 있는 성인 걸그룹은 세 팀 정도였다. 브라운아이드걸스와 쥬얼리, 그리고 애프터스쿨이다.


이 중에서 브라운아이드걸스는 ‘넘사벽’에 해당하는 실력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와 상관없이 진작부터 존중받는 가수였다. 쥬얼리는 ET춤과 베이비원모어타임이 선풍적인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관록을 인정받았었다.


하지만 애프터스쿨은 어정쩡한 섹시컨셉 이외엔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B급 그룹이었다. 애프터스쿨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데뷔 무대의 첫 장면은 깜짝 놀랄 만큼 과감했었는데(섹시쪽으로), 그런 것으로 화제몰이는 했지만 동시에 그룹이 ‘싸 보이는’ 부작용을 안아야 했다.


섹시컨셉은 저급하거나 천해보일 수 있다는 위험이 있어서 함부로 쓰면 독이 된다. 베이비복스도 일부로부터 ‘미**복스’라는 비아냥을 들었으며 결코 SES나 핑클과 같은 대접을 받지 못했었다. 최근 아이비에게도 섹시컨셉은 독이었다.


섹시컨셉으로 성공하려면 이효리처럼 트렌드를 선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그런 카리스마 없이 섹시만 내세우면 설사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어도 비웃음을 감수해야 한다. (낸시랭처럼 섹시가 예술로 포장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 하겠다.)


애프터스쿨의 경우 노래 자체가 평범했고, 안무도 그다지 강렬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즉 약한 컨텐츠 가지고 섹시로만 들이댄다는 느낌을 줬고, 이것은 행사용 B급 가수라는 이미지로 애프터스쿨에게 돌아갔다.


얼마 전에 유이가 공연 중에 관객으로부터 불미스러운 접촉을 잠시 당했다고 토로했었다고 한다. 그만큼 애프터스쿨이 대중으로부터 우습게 취급당했었다는 걸 보여주는 삽화라고 할 수 있다. 애프터스쿨을 주류 가수로 생각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던 게 사실인 것이다.


이대로 가면 애프터스쿨은 그저 그런 노래와 그저 그런 안무로 대충 쇼프로그램 분위기나 띄우며 행사무대를 전전하다 조용히 잊혀지는 B급 섹시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었다.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가희가 눈물이 끌썽글썽한 눈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믿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모습에 공감이 갔던 것이다.


이번의 지상파 1위가 애프터스쿨에게 감격적인 의미가 되는 것은 이것이 그녀들을 처음으로 진정한 ‘가수’로 만들어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노래는 섹시로 밀지도 않았다. 단정한 차림새와 절도 있는 안무 속에 오직 컨텐츠 그 하나만으로 1위를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에, 확실히 싼티 섹시의 설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드디어 주류 가수로 대접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시 중요한 건 컨텐츠다. 컨텐츠를 잘 만들어야 인정도 받고 존중도 받는다. 컨텐츠가 공허한 상태에서 섹시라든가, 그 외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자극적인 코드를 내세우면 잠시 화제는 되겠지만 그 이상을 가지 못한다. ‘너때문에’라는 컨텐츠의 힘이 애프터스쿨을 밀어 올렸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컨텐츠에 집중한다면 애프터스쿨은 관록의 주류그룹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