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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얻어걸린 행운을 치열한 감동으로

 

바로 지난주에 폭풍 같은 웃음을 줬던 <무한도전>이, 이번 주에는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감동을 줬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끊임없이 이어지는 레전드의 질주다.


행운이 따랐다. 그저 비인기 종목인 여자권투의 세계챔피언을 후원하려고 했을 뿐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촬영기간에 잡힌 타이틀전이 하필이면 한일전이었다. 한일전이면 한국인이 ‘광분’하는 이슈 아닌가.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다. 한일전이 실제로 전개되면서 프로그램 몰입도가 대폭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한일전의 일반적인 대립 구도가 프로그램 중반에 완전히 뒤집혔다. 한국 선수는 스폰서도 없고, 대전료도 제대로 못 받아 현실적으로 타이틀전을 준비하기 힘든 열악한 처지라고 했다. 반면에 일본 선수는 이미 스폰서까지 생긴 데다가,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격투기에 열광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 선수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야말로 한국인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구도였다.


그런데 막상 <무한도전>팀이 일본에 갔을 때 그 전형적인 구도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일본에 가니 이미 스폰서를 확보했다는 일본 선수는 가정집을 개조한 소규모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있었다. 생계를 생각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차라리 더 낫다고 말할 정도의 처지였다. 물론 일본의 아르바이트는 인건비가 극히 열악한 우리와 달리, 직장인 월급 정도의 돈을 벌 수 있긴 하다. 그렇다 해도 풍족한 상황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가장 전형적으로 시청자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는 구도는, 일본 선수가 번듯한 대형체육관에서 초현대식으로 트레이닝을 받으며, 풍부한 자본력의 뒷받침까지 지원받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마치 냉전 시절 열악한 처지의 록키와 온갖 지원을 받는 소련 선수가 맞붙는 영화에서와 같은 극히 익숙하면서 파괴력 있는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일본에서 그 강력하고도 전형적인 구도가 송두리째 무너진 것이다. 여기까지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하고 도식적인 대결구도에서, ‘인간’이 부각될 수 있는 쪽으로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누굴 응원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은, 단순오락용으론 부적절하지만 보다 깊은 차원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지점에서 <무한도전>의 특징이 드러났다. <무한도전>은 한국 선수 대 일본 선수라는 도식적인 대결구도에 집착하지 않았다. 일본에 가서 일본 선수의 상황을 확인한 후, 일본 선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그녀가 개인적인 사연을 얘기할 때 프로그램은 배경음악을 깔며 줌인샷을 보여줬는데, 그건 전형적으로 우리편, 주인공을 부각시킬 때 사용하는 기법이었다. <무한도전>은 그녀가 이겨야 하는 이유까지도 성실하게 내보냈다.


이러면 일본 선수에게 시청자의 감정이 이입된다. 이건 일반적인 구도가 아니다. 인간적인 건 한국 선수뿐이어야 한다. 안타까운 사연도 한국 선수에게만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선수에게 감정을 이입해 일본 선수를 때려 부술 때 환호할 수 있게 된다. 화끈하게 한국 선수에게만 몰입시키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일본에 가서 일본 선수의 상황이 ‘얄미우면’ 그대로 방송하고, 그렇지 않다면 촬영도 안 하고 방송도 안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일본 선수에게도 몰입을 유도함으로서 도식적인 구도를 적극적으로 부순 것이다.



한일전이라는 폭발적인 대결구도, 즉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을 제발로 차버린 셈인데 여기서 <무한도전>의 특징이 분명히 드러났다. 바로 ‘인간’에게 집중한다는 특징이 그것이다. 추격전 특집을 하면서도 철거민의 아픔을 바탕에 깔았고, 식목일 특집을 하며 박명수가 사악한 상황극을 할 때 거기에도 자원독점으로 인한 서민의 고통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있었다. 이번 에피소드도 <무한도전>은 단순 대결을 더 깊은 인간드라마로 승화시켰다.


추성훈 선수의 조국은 격투다. 그는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다. 오로지 링 위에서 그는 자유롭다. 그런 그이기 때문에, 추 선수가 한국 선수를 이겼을 때도 그 승리에 감동을 느끼며 그를 응원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무한도전>에서 그려진 두 선수는 한국 대표 대 일본 대표로 국가대항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 운동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 뿐이다. 누군가는 지고 누군가는 이길 것이다. 어느 쪽이 지든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구도다. 두 선수 모두에게 인간적으로 몰입하게 됐기 때문에 가슴을 격동시키는 감동이 생겨날 수 있다.


이런 마치 작품성 있는 영화와도 같은 구도가 얻어걸린 것이 바로 <무한도전>이 맞은 행운이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인간드라마로 그려낸 것에서 <무한도전>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또, 이번 <무한도전>이 준 깊은 감동은 산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게 했다는 데에도 있다. <무한도전>은 예능프로그램답지 않게 최현미 선수의 스파링 경기를 9라운드 모두 보여줬다. 예능이 어떤 곳인가? 말 한두 마디만 쳐져도 그대로 잘라버리는 살벌한 판이 예능이다. 일반적으로는 스파링 경기 중간 몇 라운드 정도는 편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벽돌을 차곡차곡 쌓듯 모든 회의 시작점을 다 보여줬고 심지어 마무리 운동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최선을 다 한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게 했다. 처음에 예능스러웠던 멤버들은 최현미 선수의 처절한 투혼에 점차 말을 잃어갔다. 경건함마저 느끼게 한 그것은 한 인간이 보여준 삶의 치열함이었다.


일본에서도 삶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일본 선수는 경기를 ‘서로의 인생에 대한 집념이 링 위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도면 뭐, 인생극장이다. 다큐도 이보다 치열하고 감동적이기 힘들 것이다. 웬만한 영화보다도 깊은 의미를 담고, 몰입도도 큰 에피소드였다. 이젠 <무한도전>이 인생까지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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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24 12:28

    좋은 지적입니다. 저도 상당히 재미있게 봤구요. 요새 무한도전이 쾌속선 마냥 신나게 누비고 있어서 보는 제가 시원하더이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서 훨씬 생생한 느낌이 있죠.
    다른 얘기지만 근데 님의 글이 중반에 같은 얘기가 너무 중복되어서 조금 읽기 힘들었습니다.

  • 신현균 2010.01.24 12:29

    돼지들이 돌아다니면서.....

  • 이친구는 2010.01.24 12:32

    엠비씨 직원이야? 뭐하는 사람인데 자꾸 메인에 뜨지? 다음직원이야?

  • 친구세라 2010.01.24 12:36

    리뷰 잘 보았어요.

    방어전 결과 인터넷 검색어에 떠 있던데 저도

    보진 않았어요. 결과를 모르는 게 더 나을것 같아서요 ㅎㅎ

  • 우왕굿 2010.01.24 12:42

    저도 보면서 숙연해지고...
    첨에 일본간다했을때 그돈으로 그냥 우리나라선수 도와주기나하지생각했었는데
    그런 감동스토리를 위함이었는지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멋진 영화한편보는것같았음 ㅠㅜ

  • imaoka 2010.01.24 13:02

    역시 무한도전...

    많은것을 느낀게 한 지난 에피소드 였습니다.

  • 2010.01.24 13:14

    잘봤습니다 이번편 궁금하네요 꼭 봐야겠어요

  • asas 2010.01.24 14:0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다만 하나,,제목이,,-_-;;;

    이번 시합의 주인공이었던 2명의 소녀가, 그저 운이 좋아 얻어걸린 행운이었을까요?
    과연 김태호피디가 암것도 모르고 그저 김미화의 얘기만 듣고 이 두 소녀와 경기를 섭외하고 취재했을까요?

    전 김태호피디가 첨 기획단계부터 철저히 꿰뚫고 있었을거라고 생각해요.
    일본이라고 복싱이 인기가 있을까요?
    어차피 격투기의 나라가 되어버린지 오랜데,,,

    정말,,몰랐으면,,한국에서 한국선수의 힘든 훈련모습만 담아내면 됐겠죠..
    근데,,김태호는 일본 선수의 상황도 미리 알았을거고, 그러니,,일본에 가서도 일부러 그런 그림과 인터뷰를 따온거 아닐까요?

    김태호피디는 이 두 소녀의 인생과 집념을 보여주고 싶었던것같아요.
    그렇게 치열한 삶과 인생을,,
    비주류지만,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당신들도 그렇게 살아라.
    뭐,,그런거 보여주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정말,,볼때마다,,
    이 남자,,
    진짜,,어디까지 지켜봐야,,그 속을 다 가늠이나 할수있을까 싶게,,
    흥미롭고, 속깊고, 다재다능한,,
    정말,,아까운 제게는 최고의 품절남이네요,,,ㅠ.ㅠ

    • tong-tong 2010.01.24 16:49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 마디 남길까 했더니, 역시 저보다 빠른 분이 있었네요.^^* 행운이 와도 그것이 행운임을 모르는 사람은 행운을 대박으로 만들 수 없는 법이지요. 긴 시간동안 자만하지 않고 더욱 더 겸손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그들의 노고에 정말 감탄하고 놀랍고 존경심마저 드네요. 다른 분은 일본 선수가 싸우는 목적을 이야기하며 감정을 극대화시킨 것이 걸렸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여 그 부분이 제일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였다고 하고 싶네요. 그 자리에 있었던 두 멤버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한...억지로 감정을 만들기 위해 이용하지 않은 것 같아서 더 인상에 남더라고요. 역시 무한도전은 킹왕짱!!

  • ㅎㅅㅎ 2010.01.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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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ㅠㅠ 2010.01.24 15:34

    어제 간만에 본방사수 하면서 '이건 예능이 아니라 다큐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같기도 했구요..

    의좋은형제 때도 길이 유재석이랑 뉴욕에서 카메라감독과 오디오감독과 함께 울었던 것, 항돈이가 명수옹 얘기하면서 울었던 것 볼 때도 같이 울었는데;;

    이번편도...울게 만들더라구요 ㅠㅠ

    이 글 보니까 또 생각나서 울컥하네요;;

    무도 뽀에버 ㅠ

  • 잘읽었습니다 2010.01.24 17:02

    그런데 추선수...언급에 공감이 가지 않네요.
    조금만 더 그에 대한 글을 찾아 보시면 그리 좋게는
    보이지 않을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BlogIcon skagns 2010.01.24 19:00 신고

    정말 무한도전은 대단한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첨에는 그냥 저게 뭐야 했는데 볼수록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구요~!!

  • 공감 2010.01.24 22:21

    하재근님의 글을 늘 공감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무한도전 관련 글은 물론이고, 교육문제에 대한 글도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 KIM 2010.01.24 23:10

    그것이 바로 제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이유랍니다. 완전 동감입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1.24 23:55

    제목이 참 맛깔나네요.
    제목만봐도 글내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거 같습니다.

    진짜 한일전이라는 타이틀......
    누구나 그거보면 마치 어린시절 봐왔던 전대물마냥
    착한팀이 나쁜팀을 무찌르는 그런 내용으로가면 만들기도 편하고 시청자들 호응도 웬만큼 얻을텐데
    테오PD는 그런 평범한걸 거부해버리네요.

    참......... 놀라울 따름입니다그려

  • 아웅... 2010.01.25 02:11

    아... 진짜...
    뭐랄까.. 인생의 소소한 행복(?) 참맛을 느끼게 하는군요!
    이글을 쓰신분, 이글의 대한 많은 분들의 댓글, 무한도전팀, 그외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신
    모든 분들, 기타 등등...
    어느하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요즘들어 않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 답답하고 지칠때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사소한 것에 용기를 얻어서 다시금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인생을
    살아가게 하네요!
    어떻게 보면 저하나면 죽으면 끝인 이기적인 제 삶, 또는 이 사회에서
    조금이나마 더불어 산다는걸 느끼게 해주어서 저에겐 정말 고무적입니다!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이렇게 밖에 쓰지 못하지만

  • 아웅... 2010.01.25 02:15

    글쓰신 분이나 무한도전의 의도야 어찌되었든
    저는 위에 말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걸 깨닫게 해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약간 알콜성분이 섞인 글이긴 하지만서도... ㅎㅎ
    에이 부끄럽다! ㅋㅋ
    다들 행복하세요!! ㅋㅋㅋ!!

  • 아웅... 2010.01.25 02:15

    글쓰신 분이나 무한도전의 의도야 어찌되었든
    저는 위에 말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걸 깨닫게 해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약간 알콜성분이 섞인 글이긴 하지만서도... ㅎㅎ
    에이 부끄럽다! ㅋㅋ
    다들 행복하세요!! ㅋㅋㅋ!!

  • tungsten 2010.01.25 11:40

    이번회 처음 자막이 뜰때...
    두소녀가 링에 있다고 하길레..무슨소리인가 했더니..

    역시 무한도전답게...한일전이 아닌..
    다른 환경의 두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같습니다.
    예능적인 재미는 줄었지만...
    진지하게 볼수 있어 좋았네요..

  • 벨기에 2010.01.26 11:01

    마치 주먹이 운다2를 보는 느낌이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