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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유재석 대인배찬양 우습다



유재석이 KBS 연예대상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강호동이 대상을 받는 자리에 참석해서 강호동에게 박수를 보냈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매체의 기사를 보니 유재석이 박수를 치는 순간에 ‘역시 유재석!’이라는 탄성이 나왔다고 썼다.


유재석이 처신을 잘한 건 맞지만 탄성이 나올 정도로 특별히 잘한 건 아니다. 과거에 탁재훈이 연예대상을 받을 때는 강호동도 유재석과 함께 박수를 보냈었다. 이번 시상식엔 유재석뿐만 아니라 남희석, 김제동, 신동엽 등도 자리를 지켰다.


코미디언계의 문화가 그런 것이다. 그런 문화가 보기 좋다고 할 수는 있어도 유재석만 똑 떼어내서 대인배라고 찬양할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유재석뿐만 아니라 모두가 대인배였다. 나도 개인적으로 유재석을 좋아하긴 하지만 과도한 찬양은 낯간지럽다.


이번 시상식 후엔 가수나 배우들을 비난하는 기사도 떴다. 이들은 시상식 때 상을 안 주면 참석을 안 한다거나, 일찍 자리를 뜬다는 구설수에 휘말렸었다. 대한민국 영화대상 때는 막판까지 남아있는 배우가 거의 없어 빈축을 샀다. 청룡영화상에 배우들이 더 많이 참석하는 이유는 청룡영화상이 대한민국 영화대상보다 온갖 명목으로 상을 더 많이 뿌리기 때문이라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다.


최근엔 한예슬이 영화제를 일찍 뜬 것으로 인해 엄청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작년엔 김명민이 대상 수상에서 밀려나자 연말 시상식에 불참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었다. 가요계 시상식 때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들더러 유재석 등을 보고 본받으라며 탓하는 기사였다. 이것도 좀 그렇다. 코미디언계와 배우, 가수들의 특성과 조건이 다른 것을 무시하고 있다. 유재석이 좋아보이면 그냥 좋아하면 그만이지, 왜 유재석을 찬양하기 위해 다른 이들이 도매금으로 소인배가 되어야 하나?


가수나 배우에 비해 코미디언들은 집단성이 강하다. 위계도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식구라는 의식이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가수나 배우는 개별성이 강하다. 이것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배우와 가수들이 시상식을 우습게 여기는 이유는 그들이 소인배여서가 아니다. 한국의 시상식이 우스운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참석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시상식에 왜 간단 말인가? 영화, 연기, 대중음악 관련 시상식을 할 때마다 나눠먹기 비난이 일어나는 것이 한국 시상식 문화의 현실이다. 2007 MKMF에선 주요 가수들이 어쩌면 그렇게 겹치지 않고 하나씩 상들을 나눠 갖는지 정말 신기했었다.


우리나라 연기상과 음악상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연기 없는 연기상, 음악 없는 음악상.


2007년엔 김명민과 이서진이 나란히 연기대상 후보에 오르고 슈퍼주니어라는 아이돌이 가수 대상을 받았었다. 도대체 뭐가 기준인지 알 수 없는 뒤죽박죽 시상식들이다. 연예대상은 그나마 조금 다르다. 시청률과 프로그램 화제성이라는 명확한 기준에 의해 시상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보는 이들이 모두 승복하고 축하해줄 수 있는 시상식이다. 가수나 배우들에겐 그런 시상식이 없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청룡영화상은 과거에 베스트드레서상이라는 명목으로 주요 여배우들에게 모두 상을 난사하며 이들을 모조리 무대 위로 끌어올려 몸매전시를 하는 해괴한 이벤트를 감행하기도 했었다. 대종상도 그리 존경 받는 시상식은 못 된다. 음악상에선 툭하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며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 환경에 있는 사람들과 연예대상을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가수나 배우들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모두 모여 축하할 만한 제대로 된 시상식을 만들자고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유재석 등과 그들을 비교하며 ‘대인배 vs 소인배‘ 구도나 부각시켰다.


유재석은 아마도 대인배인 것 같다. 하지만 유재석만 대인배인 것은 아니다. 강호동도 남희석도, 그리고 다른 배우나 가수들도 대인배일 것이다. 다만 유재석이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잘 잡혔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 위치에선 그렇게 할 것이다.


많은 기자들이 유재석을 찬양하려고 대기하는 것 같다. 유재석에게 좋은 건수만 생기면 즉각 찬양글이 경쟁적으로 생산된다. 좋은 풍경은 아니다. 이런 것이 장기적으로 누적되면 유재석에 대한 경계심을 키울 수 있다. 좀 적당히들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