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의 연기 자체엔 아무런 불만이 없다. 그런 연기를 매주 안방에서 편안히 감상한다는 것에 감사할 지경이다. 경제불황이 아니었으면 누리지 못했을 호사가 아닌가.


문제는 캐릭터다. 황정민의 캐릭터가 너무 밋밋하다. <그바보>가 생각보다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김아중에게 모든 비난이 쏟아지고 황정민은 안전지대에 있다. 그러나 사실은 황정민도 문제다. 김아중 캐릭터가 밋밋한 것만큼 황정민의 캐릭터도 밋밋한 것이다.


<그저 바라보다가>라는 원제목과 그것의 줄임말인 <그바보>는 드라마의 구도를 절묘하게 함축한다. ‘그저 바라보는 것’에도 황송해할 정도의 대스타인 김아중과 ‘마치 바보처럼’ 착한 남자인 황정민의 영화같은 만남이 그것이다.


여기까진 좋다. 바보처럼 착한 사람도 매력이 있다. 하지만 정말 바보같으면 안 된다. 바보에게 연민을 느낄 순 있어도 사랑을 느끼긴 힘들다. 자폐아 구동백 인간극장이 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1회부터 3회에 이르기까지 황정민에게 바보처럼 착한 것 이외의 미덕이 보이질 않았다. 여자 주연은 계속 죽상하고 있고, 남자 주연은 바보처럼 답답하게만 굴고 있으니 드라마에 힘이 생기질 않는다. 이것이 <그바보>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 초난강은 매력적이었다 -


<그바보>에서는 황정민 여동생의 친구가 황정민을 좋아하는 것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착한 것 빼놓고는 아무런 매력이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스타가 그를 좋아하게 되는 것에 설득력이 생길 리 없다.


같은 설정으로 일본에서 크게 히트한 <스타의 사랑>에서도 남자 주인공인 초난강이 상당히 착한 사람이긴 했다. 하지만 바보같지는 않았다. 초난강은 비록 일반인이긴 하지만 성인 남성으로서의 능력도 있고, 주관도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초난강을 중심으로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여기서 능력이라 함은 출세하는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는 식품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인물이었다. 극중에서 미식가로 나오는 감독에게 인정받을 정도로 그는 자신의 일에 관한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능력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법이다.


또, 비록 물질적인 화려함은 없지만 정신적인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것을 위해 초난강이 일본의 전통 국궁을 하는 장면을 배치했다. 이런 설정으로 물질적으론 화려하지만 삶이 공허한 후지와라 노리카가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에 당위성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반면에 황정민은 극 중에서 무능력자로만 그려질 뿐이다. 마냥 바보. 마냥 순둥이. 무능의 아이콘. 답답이. 답답해서 동료들로부터 왕따인 사람. 어리버리. 대스타의 연인이라는 것이 존재감의 모든 것인 사람. 이런 캐릭터에겐 매력이 생길 수 없다.


또, <스타의 사랑>에선 후지와라 노리카와 초난강이 모두 능동적이고 역동적이었다. 반면에 <그바보>에선 둘 다 수동적이다. 상황을 칙칙한 정치인이 지배하고 있다.


초난강은 비록 대스타 후지와라 노리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진 못하지만, 그녀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그녀가 제대로 연기할 수 있도록 유리장벽을 깨주는 역할을 함으로서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했다.


반면에 황정민은 1~3회에서 하는 일이 없었다. 김아중 앞에서 우물쭈물한 것이 다다. 이러면 극이 잔잔함과 밋밋함 사이에서 줄을 타게 된다.



- 황정민은 강해져야 한다 -


그나마 4회에서 황정민이 에너지를 발산한 것은 좋았다. 남자 배우들이 김아중 험담을 하자 정색을 하며 욱한 것이나, 김아중 동생에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 것은 이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그바보>가 4회에 살아날 수 있었다.


이렇게 황정민은 비록 약하고, 구질구질하고, 착하기만 하더라도 자신의 분명한 의지와 자부심을 갖춘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 에너지로 김아중의 삶을 변화시키고 김아중이 의지할 만한 인물이 됐을 때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나면서 몰입할 만한 대상이 된다.


그렇지 않고 오직 어리버리한 답답이 캐릭터로 일관하면 드라마에게 재난일 뿐만 아니라, 배우 황정민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황정민에게 은근히 배어있는, ‘답답하도록 순박한 시골 총각’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서 좋을 것이 없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력을 따지기 이전에 극을 만들고 구성하는 제작진의 문제다. 그들이 주연배우들을 섭외해놓고 활력을 불어넣어주지 못하고 있다. 밋밋한 캐릭터의 문제는 제작진이 풀어줘야 한다. 일단 방향이 제시되면 황정민은 자신의 역할을 120% 수행해낼 것이다. 황정민이 강해져야 <그바보>가 산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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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리 있는 말입니다. 허나, 날카롭기만 한 인물들과 대비되는 구동백의 순진무구함이 무언가 따스함을 주는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극 중 김아중의 삶은, 배우라는 틀에 박혀 대단히 회의적인 심성을 가진 삶이 아닙니다.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고 프로의식도 갖춘 인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사랑에 관해선 대단히 목이 마른 약자인 인물이죠. 반면, 구동백이라는 인물은 날카로움 없이 무엇이든 감싸는 심성을 가진 인물로 그려집니다. 무엇이든 챙기고, 무엇이든 안아주려는 인물로 비춰집니다. 그런 인물에게 빠져드는 김아중을 그리기에는 구동백 같은 인물이 적절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무엇을 비교하고 무엇을 보고자 하느냐에 따른 관점 차이인 듯 합니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4회에서부터 드라마가 활력을 띄는 것도 사실이고 지금까지 밋밋한 감이 없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형식의 표현 자체가 긴 호흡으로 가는 만큼,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 것인지에 집중해서 앞으로의 전개에 천천히 재미와 기대를 가지는 것으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만한 설정에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불황으로 인해 스크린 스타를 안방에서 만날 수 있는 일이 매우 고무적이라는 것은 동감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2. qlrqpdj,,, 2009.05.16 01:2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딱한가지 김아중은 대스타라기 보다 돈많은 집 아가씨 같고 황정민은 어리버리 바보같다.
    딱히 이두 캐릭이 같는 매력이 없다, 극단적 두 케릭이 만나야 재미가 있는구성을 해놓고
    평범한 대스타와 바보같은 노총각 이러니 재미가 있나.
    황정민이 연기 잘한다..그러나 그냥 평범한 인물을 만들면 않된다 본다
    뭔가 인간적 매력이 발산되는 케릭이어야지 지금까지는 무능하고 착하다는것 빼고는
    아무런 매력이 없었다,